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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극 무대 오르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백팩'

정숙인 작가, 연출가로 첫발…"작품 알리게 돼 기뻐" / 낭독극페스티벌 일환…23일 익산 아르케 소극장서

▲ 정숙인 작가

“백팩의 상자를 꺼냈다. 손을 얹었다. 상자를 열어 아버지의 뼛가루를 날렸다. 하늘로, 바다로, 경계가 없는 곳으로. 바다에도 하늘에도 눈시울이 있었다. 가슴이 화끈거린다. 여수야아. 귓가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내 심장에서 들려오는 게 분명했다. 해무 위로 뜨거운 것이 젖어들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서 문이 열리고 있었다. 해가 떠올랐다.”(소설 ‘백팩’중)

 

낭독 연습을 매듭짓는 정숙인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작품이 주는 감동이 다가 아니었다. 자신의 신춘문예 당선작이 드디어 관객 앞에 서게 됐다는 벅참과 연출가로서 첫 발을 뗀 뿌듯함이 동시에 밀고 들어왔다.

 

20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작인 정숙인 씨의 ‘백팩’이 낭독극 무대에 오른다. 오는 23일 오후 7시 익산 아르케소극장.

 

“제 작품을 낭독극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적지 않은 집필 활동 끝에 단편소설 ‘백팩’이란 작품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는데요. 신인 작가로서 가장 큰 소망은 이뤘지만 전국 신춘문예집에는 실리지 못해 아쉬웠거든요. 단편소설은 따로 출간하기도 어려워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소중한 기회를 만났죠.”

 

낭독극은 배우들이 책 속의 인물과 나레이션 등으로 나눠 연기와 감정을 더해 책을 읽는 것이다. 활자를 보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본다는 점에서 흥미와 몰입감이 높다.

 

낭독극 제목인 원작소설 제목인 ‘백팩’에 정 작가가 운영하는 블로그 ‘VIOLET(바이올렛)’을 더한 ‘백팩 on VIOLET’. 배우로 극단 활동도 해온 정 작가가 연출·섭외와 연기도 한다. 주인공인 여수는 아버지로부터 상자 하나를 받게 된다. 그 상자를 자신의 백팩에 넣고 상자와 함께 받은 아버지의 공책 속의 흔적을 따라간다. 여수는 지금껏 미뤄왔던 입대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선택을 희망한다.

 

낭독극으로 바뀌면서 달라진 점은 주인공 역할을 세 명이 나눠한다는 것.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공연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극에서 대화를 이끌어가고 남들과 대면하는 ‘여수’는 송용석 씨가 맡고, 본질적 정체성을 가진 ‘여수1’은 정 작가, 사유하고 회상하는 ‘여수2’는 권순중 씨가 연기한다.

 

정 작가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여수의 심정이 변하는데, ‘여수1’은 복잡한 상황과 역사 속에서 오롯이 ‘나’로 서 있는 본질”이라면서 “처음엔 내용 전개가 생소할 수 있지만 배우의 대사와 연기를 보면서 세 명의 ‘여수’를 구분하고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낭독극은 익산연극협회와 익산 아르케 소극장,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이 주최·주관한 제2회 낭독극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아르케 소극장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전국에서 총 8팀이 참여한다.

 

총 연출·기획을 맡은 이도현 아르케 소극장 대표는 “낭독극은 관객과 소통하고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지역 작가들의 책을 주제로 극을 만들면 이야깃거리도 많고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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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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