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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길고양이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었죠"

버려진 동물들 돌보는 전주'사랑이 아줌마' / 인근 주민들 이사가며 유기사례도 늘어 문제

▲ 14일 전주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사랑이 아줌마’이모씨가 길고양이를 위해 먹이를 주고 있다. 박형민 기자

14일 오후 2시 전주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단지. 작은 손수레를 끌고 나타난 이모 씨(55)가 아파트 뒤뜰로 가더니 빈 그릇을 씻은 뒤 고양이 사료를 채웠다.

 

이 씨는 “이 아파트에 사는 고양이가 워낙 많아 매일 그릇을 확인하지 않으면, 배고픔에 아파트 쓰레기통을 더럽힐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씨는 아파트에 서식하는 고양이 수백 마리를 돌보고 있다. 자신의 집에서도 고양이 3마리와 강아지 2마리를 키우지만, 아파트 단지에 사는 길고양이와 강아지까지 돌보느라 분주하다.

 

지난 2012년 11월 이 아파트로 이사 온 이 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70대 노인을 만났다. 이 노인도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한 달에 80㎏ 상당의 사료를 구입해 길고양이 밥그릇을 채웠다.

 

노인이 이사를 가자 이 씨가 그 일을 맡았다. 노인과 경비원, 지인들의 도움 등을 받아 사료를 마련하고 있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강아지도 아파트 단지에 버려지거나 살고 있는 동물을 돌보다 만났다. ‘사랑이 아줌마’라는 별명도 이 덕에 얻었다.

 

‘사랑이 아줌마’가 동물 돌보는 일을 놓을 수 없었던 건 길고양이들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는 4만 평(13만2231㎡)의 부지에 1000세대가 넘게 거주하는데, 노후돼 거주민들이 이사를 가면서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이 씨는 “다치거나 병에 걸린 고양이에게는 약을 챙겨주고, 죽는 경우에는 경비원과 함께 수습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웃 주민에게 “사료를 주니까 고양이가 더 생기지 않느냐. 밤마다 울음소리에 피해가 생긴다”는 호통을 듣기도 한다.

 

이 씨는 “길고양이가 아파트에 많은 건 우리 책임이 더 크다. 집에서 키우다가 버리는 행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라면서 “길고양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아픈 고양이를 모르는 척 지나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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