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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이들을 위로하는 문학

전북장애인문학회 〈나를 찾아서〉 11집 출간 / 윤규열 회장 장편소설 〈스터리 스터리 나잇〉

“지금 이 순간

 

이 아스라한 영원의 한 점

 

 

찰나의 순간들

 

꿈결인 듯 생시(生時)이라

 

 

유월의 햇살 참 따습고

 

바람 싱그러운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

 

나, 찬란하게 살아 있다” ( ‘지금 이 순간’ 중)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한 환자는 담담하게 말한다. ‘현재를 살아라’. 단순한 메시지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전북장애인문학회가 정신장애인들이 쓴 글 108편을 모아 〈나를 찾아서〉 제11집을 출간했다. 지난 6월 군산대에서 열린 ‘문학기행 및 백일장’(영화와 문학이 만났을 때) 참가자들이 쓴 작품을 엮었다. 전북을 비롯해 강원도, 서울, 대구 일대에서 300명이 참여해 ‘가장 좋았던 순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주제로 글을 썼다. 형식은 시, 수필, 편지글까지 다양하다. 문학적 성숙도가 높지 않지만,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 등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 되레 눈길을 머물게 한다.

 

전북장애인문학회 〈나를 찾아서〉 시리즈는 2010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윤규열 전북장애인문학회장이 있다. 윤 회장이 취임하면서 시작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들과 함께한 시간이 25년,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 시설을 만든 지 20년이 지났다. 그는 현재 정신장애시설 ‘희망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편 소설 〈스터리 스터리 나잇〉(Starry, Starry Night)을 펴냈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자유’.

 

“일부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은 누군가 보살펴주면 지역사회에서 일반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누군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정신병원 폐쇄 병동도 필요치 않습니다.”

 

특히 윤 회장은 폐쇄 병동에 대해 자유를 말살하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가 없는 건 죽음보다 못하다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검은 방울새’ 이야기를 들려줬다.

 

검은 방울새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새끼 방울새가 사람에게 잡혀갔다. 새장에 갇혀있는 새끼 방울새를 발견한 어미 방울새가 고심 끝에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 방울새에게 줬는데, 그 먹이가 독초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미 방울새는 독초를 먹고 죽어가는 새끼 방울새에게 말한다. “얘야, 자유가 없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한 것이란다.”

 

“법적으로 정신장애인은 늘 감시의 눈동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생활이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자유를 주어보았나요? 자유롭게 살아보라고 하면 그들의 얼굴에 얼마나 환희의 광채가 이는지 본 적 있나요?”

 

윤 회장은 정신장애인에게 ‘은유’를 채워주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정신이 병들면 은유가 없어진다고 했다”며 “시와 소설로 정신장애인에게 은유를 채워주면 일반인과 농담도 하면서 더불어 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익산 출생으로 원광대와 한일장신대 대학원을 졸업한 윤 회장은 2001년 강원일보 ‘제3회 허균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천강문학상, 전북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가을 망둥어〉, 〈군산 녹색 그 바다〉, 장편 소설 〈너의 흔들의자〉, 〈철화매화문벽개각〉, 〈내 마음의 강물〉, 〈둥근 울타리〉 등을 출간했다.

문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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