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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로 뜬 벤처기업 기막힌 '대출 농단'

박근혜 정부 시절 '퍼스트 펭귄' 선정 5억 지원 받고 다음해 매출액 조작 또 각종 혜택…결국 올 해 들통

전 정부에서 ‘한지’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거론되고 전주한지의 세계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전주의 한 한지 사진 제조판매 업체가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이 업체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창조경제’정책 지원 대상이 된 뒤 매출을 과장해 거액의 대출을 받는 등 성장 과정이 석연치 않다.

 

29일 해당업체와 한지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주시 한옥마을 한복판에 사진을 인화한 한지를 판매하는 A업체가 문을 열었다.

 

2014년 11월 24일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출범식 행사에서 A업체는 이날 전북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사업 등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9월 한지 관련 업체 중 처음으로 A업체가 ‘퍼스트펭귄’(무리 중에서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으로 선정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신용보증기금은 창업 3년 이내 기업 중 기술력이 뛰어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 3년 동안 최대 30억 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는 ‘퍼스트펭귄’사업을 시작했다.

 

선정기업은 신보평균에 비해 보증비율을 1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우대받을 뿐만 아니라 보증료율 차감, 컨설팅 등의 도움도 받는다. 매년 목표 매출액과 직원의 수를 충족해야 한다.

 

지난 2015년 9월 ‘퍼스트펭귄’으로 선정된 A업체는 은행에서 1차연도 대출금 5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A업체는 지난해 9월 2차연도 대출금을 허위로 받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업체의 2차연도 대출금은 조건부로,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출액 12억 원이 달성돼야 하고, 상시 종업원 3명 추가 고용이 필요했다.

 

신보는 이 기간 A업체의 매출액이 11억3700만 원, 종업원은 5명이 증가한 것으로 봤고 2차연도 대출금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 한지 업계 한 관계자는 “A업체는 포스단말기 등을 이용하는 등 약 4억 원에 달하는 가매출을 잡고, 2차연도 대출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A업체가 허위로 ‘퍼스트펭귄’의 자격을 유지했다는 주장으로 지원된 각종 금융 혜택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신보는 A업체가 올해 신청한 3차연도 대출금을 지급하기 위한 심사 중 목표 매출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 9월 A업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신보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허위 자료 제출이 확인되면 신규 대출은 3년 간 금지되고, 기존 보증은 전액 회수 조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국세청에 등록된 매출액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데, 업체가 마음을 먹고 악의적으로 가매출을 잡으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는 없다. 국가 주도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문화창조기업 글로벌 진출 사업’으로 미국 LA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행사인 ‘K-CON 2016 LA’에 A업체의 참여를 지원했다. 소요경비의 80%인 200만 원은 센터가 부담했다.

 

센터는 또 올해 초 A업체를 ‘융복합 문화창조기업육성사업’으로 선정해 한지 포장패키지 개발 지원 명목으로 총 1000만 원을 지급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A업체가 허위 매출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총 1200만 원가량의 자금 등 혜택이 있었다”며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은 등 이상 징후를 느끼고 지난 9월부터 A업체의 지원을 배제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업체 대표는 전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처럼 자본이 하나도 없는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의 자격 요건을 맞추기가 힘들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가매출 잡는 등의 작업을 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대내외적인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으며 실질적으로 매출의 큰 타격으로도 이어졌다”며 “당시 매출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부득이 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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