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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팔복동 기찻길 '목숨건 인생샷'] 유모차 끌고 '찰칵', 웨딩촬영까지…"왜 이러죠"

봄철 관광객 몰려 셀카 성행 ‘위험천만’
경고문 없고 시청은 페이스북 홍보까지

▲ 8일 전주시 팔복예술공장 옆 출입이 금지된 철길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욱 기자

“자, 이쪽을 보세요 하나 둘 셋”

8일 오전 11시 전주시 팔복예술공장 옆 철길. 양 옆에 늘어선 이팝나무를 배경으로 자주색 원피스를 입은 30대 여성이 포즈를 취했다. 무려 3명의 사진사가 붙어 다양한 각도에서 여성의 화려한 자태를 찍었다. 흡사 연예인 화보를 찍는 모습처럼 보였다. 또 다른 여성은 유모차를 끌고 오더니 휴대전화로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건널목에 마련된 대기소에 있던 직원은 스마트폰 오락에 빠졌다. 오전 11시 34분, 경적이 울리며 기차가 저속으로 들어왔다. 이 직원은 경광봉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소리에 놀란 셀카족은 철길 옆으로 이동했다. 기차가 지나가자 직원은 자리로 돌아갔고, 촬영도 재개됐다.

봄철을 맞아 전주시 팔복동 산업단지 내 철길에 늘어선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철도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별도의 안전망이 없는 탓에 목숨을 건 ‘인생샷’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철도안전법 제48조에 따르면 일반인은 철도의 출입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1회 25만 원, 2회 50만 원, 3회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그러나 일반인의 철도 출입은 쉽다. 특히 팔복예술공장 인근 철도는 이팝나무꽃이 만개하면서 웨딩 포토를 비롯해 기념사진을 찍는 ‘셀카족’의 성지로 불린다.

현장에서 만난 한 사진사는 “지금이 철도 선로에 핀 꽃을 배경으로 했을 때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시기”라며 “일반인들도 사진사를 섭외해 결혼사진부터 인생샷을 찍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별도의 안전망이 없는데, 현장에서는 단속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현장은 쉽게 선로에 들어갈 수 있었고, 경고문은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건널목을 지키는 안내 요원도 기차가 들어오는 순간이 아니면, 사람들의 입장을 막지 않았다. 소리에 반응할 뿐, 정확한 기차 운행 시간은 모르고 있었다.

코레일 전북본부 동산역에 따르면 이 구간은 하루 평균 기차 4대(코레일 2대·사유기관차 2대)가 4회 왕복 운행한다. 승객은 탑승하지 않으며, 인근 공장에 원자재를 옮기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SNS를 통해 ‘팔복동 기찻길’이 사진과 함께 홍보되면서, 논란은 꽃이 질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계정 ‘전주시청’은 지난 3일 오전 ‘지금 팔복동 철길은’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팝나무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9장을 공개했다. 본보가 8일 인스타그램에 ‘팔복동 철길’을 검색해보니 총 185장의 관련 사진이 떴다.

광주지방철도 특별사법경찰대 익산철도경찰센터는 “올해 현장에서 단속을 벌여 적발한 사례는 없다”며 “간혹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본 3자가 신고를 해 수사에 나선 경우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을 찾아 안전망을 점검할 것”이라면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특히 위험한 만큼, 강력한 단속과 홍보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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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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