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바치는 신나는 콘서트 같은 책
‘덕질’, ‘팬픽’, ‘굿즈’, ‘최애’
이 단어 중 단 하나라도 뜻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인싸’다. 인싸가 뭐냐고?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인기 있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반대말 ‘아싸’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로 ‘인기 없는 사람’을 뜻한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신조어가 양산되고 있는 형국에 그 뜻을 미루어 짐작하기는 미분·적분 풀기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니 짐짓 모른 척 등을 돌리면 그만이다. 괜히 아는 척 끼어들었다가 아이들에게 꼰대 소리 들으며 망신당하기 딱 좋으니 말이다.
위 신조어들은 전은희 작가의 장편동화 <열세 살의 콘서트> (책읽는곰·2018)에 소위 아이돌 ‘덕후’라 불리는 등장인물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최애’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위해 똘똘 뭉쳤다. 콘서트장에 가기까지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아이돌 오빠들을 보기 위한 마음은 건국 이래 한마음 한뜻이다. 콘서트장에서 직접 만든 ‘굿즈’를 판매하며 또래 문화에 귀속되기 위한 ‘덕질’은 가히 눈물겹다. 열세>
사실 주인공 민지가 콘서트에 가게 된 표면적인 목적은 친구 둘을 화해시키는 것이지만, 그 근본은 엄마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피하기 위함이다. 언제나 나만 좋아할 줄 알았던 엄마가 나 외에 다른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민지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민지는 우연히 ‘스킵 하트’ 멤버 해성을 도우며 관계의 진정성을 깨닫게 된다. 절대 내어주지 않을 것 같던 엄마의 옆자리에 살그머니 빈칸을 만드는 유연성을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대상이 누구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렇다고 그 감정에 생채기가 생기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우리 모두 좋아하는 누군가로부터 생채기를 얻었고, 그 자리에 딱지가 생기고 아물기를 반복하며 어른이 되었다. 아이들이라고 좋아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을 테니 결국 그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오래전 내가 알던 아이는 동방신기 ‘사생 팬’이었다. <열세 살의 콘서트> 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시조쯤 되는 아이였다고나 할까? 그 앨 만나려면 기획사 앞이나 동방신기 숙소 앞으로 찾아가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은 그 아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열정을 불태웠던 시절이 분명 그 아이의 성장에 자양분 역할을 했으리라. 그래서 관계에 좀 더 유연해진 어른으로 성장했을 거라고 자부한다. <열세 살의 콘서트> 는 서툴지만 온 마음을 다해 상대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바치는 신나는 콘서트 같은 책이 분명하다. 열세> 열세>
문득 그 옛날 내가 그토록 ‘최애’했던 ‘공일오비’의 ‘H에게’가 듣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김근혜 동화작가
*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선물’로 등단했다.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지도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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