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닮은 동물 혹은 사물에게 너희는 참 사람을 닮았어, 하고 말한다면 어쩌면 그들에게는 모욕일지도 모른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듯하다.
허수아비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하여 우린 흔히 허수아비가 같다고 하지만 허수아비 또한 허수아비대로 어떠한 의미로든 존재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이것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존재감이라는 말, 자존감이라는 말이 요즘 들어 중요한 단어로 쓰이고 보다 심오하게 다가오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디카시집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도 이에 대한 말을 한다. 허수아비는>
이 시집은 우리가 흔히 사진에 담곤 하던 아름다운 풍경이나 예쁜 사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다양한 사진 속에서 인간들은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는가를 보여주려 한다.
오리마저도 거부하는 도전이 없는 삶에 대하여 말을 하고, 인간이 돌아가는 마지막 종착지는 결국 ‘동그란 o’으로 남는다는 잘린 나무를 보여주고, 아기가 나에게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기적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다.
어쩌면 우리는 천사를 찾기 위해선 지옥을 뒤져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말, 유유자적 놀고 있는 동자승들의 넉살로 ‘우리가 부처’라는 등짝을 때려대는 말을 한다.
또한 물보다 술을 더 사 가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며 몸속의 피만큼 눈물도 준비해야 한다는 그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 속에서 겨울 시장, 친구 아지매들과 쪼그려 앉아 밥을 먹는 풍경으로 삶의 따뜻함을 담아 낸다.
시인은 이미 시인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다.
‘시의 촉수를 자극하는 장면을 만나면 사진에 담았다. 거기에 담긴 기억과 느낌을 소환하여 시를 썼다. 시와 사진의 혈맥이 섞여 한 몸이 되는 방식이다.’
디카시라는 거의 새로운 장르의 장점이 바로 이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를 담기 위하여 시적인 것을 찾아내는 그 눈과 마음이 보다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나와 우리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우리는 또 선물을 받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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