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시] 저녁의 집 - 유수진

삽화=정윤성 기자
삽화=정윤성 기자

아침이라면 모를까

저녁들에겐 다 집이 있다

주황빛 어둠이 모여드는 창문들

수줍음이 많거나 아직 야생인 어둠들은

별이나 달에게로 간다

 

불빛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건

다 저녁의 집들이다

 

한 켤레의 염치가 짝짝이로 돌아왔다

수저 소리도 변기 물 내리는 소리도 돌아왔다

국철이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설거지를 끝낸 손가락들이

소파 한 끝에 앉아

어린 송아지의 배꼽, 그 언저리를 생각한다

 

먼지처럼 버석거리는 빛의 내부

어둠과 빛이 한 켤레로 분주하다

저녁의 집에는 온갖 귀가들이 있고

그 끝을 잡고 다시 풀어내는 신발들이 있다

 

적어도 창문은 하루에 두 번 깜박이니까 예비별의 자격이 있다

 

깜박이는 것들에겐 누군가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

매번 돌아오는 관계가 실행하는 수상한 반경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고

스위치를 딸깍, 올리면 집이 된다

 

별은 광년을 달리고 매일 셀 수 없는 점멸을 반복한다

그러고 나서도

어수룩한 빛들은

얕은 수면 위로 귀가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전주전주시청 찾아와 돈봉투 건네고 사라진 익명의 기부자

경찰도민 84.6% “전북 치안 전반적 안전"

사회일반"관광타워복합개발사업, 전주 미래 상징할 세계적 랜드마크로"

경제일반[건축신문고] 아쉬움이 남는 건축물

문학·출판[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시인-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