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 SBS 조선구마사 지난 26일 폐지 결정
전북 역사학자들 드라마 폐지 원인과 방향 진단
전북 역사학자들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지난 26일 폐지된 원인으로 ‘과도한 역사적 상상력’을 꼽았다.
퓨전사극이라고 해도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등을 묘사할 때는 일정 부분 사료에 기초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중이 허용할 수 있는 허구적 상상력의 범주를 넘어선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앞으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하는 사극(史劇)과 일반 드라마의 범주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논란의 장면과 역사 왜곡 문제
논란은 음식이나 의상에 중국식 소품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드라마에는 중국풍으로 꾸며진 조선의 기생집이 나오고, 상에는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 등장했다.
그러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역사 왜곡 문제가 더 불거졌다. 특히 실존 인물을 다룬 부분은 전주 이씨 종친회(전주이씨대동종약원)의 반발을 불러왔다. 조선 태종이 환상을 보고 백성을 살육하는 학살자로,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이 6대조 할아버지를 욕하는 패륜아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 속 태종과 세종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다. 태종은 ‘왕자의 난’을 일으킨 주역이긴 하지만, 백성을 구휼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에 따르면, 수확 상황을 조사해서 세금을 감면해주는 ‘답험손실법’과 백성들에게 무이자로 곡식을 빌려주는 ‘의창제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왕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은 가장 유교적인 질서에 충실했던 왕으로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세종실록’에는 세종의 인물됨을 “무겁고 굳세며 점잖다”고 평하고 있다.
△전북 역사학자 진단과 제언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중이던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폐지된 사실을 두고 전북 역사학자들은 다양한 진단과 전망을 내놓았다.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장(원광대 명예교수)은 실존 역사인물인 태종과 세종을 두고 지나칠 정도로 상상력을 입히다 보니 왜곡 논란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나 회장은 “예를 들어 고려 태조 왕건이 말을 타고 A지역에서 B지역으로 이동했다고 할 때, 사료에 서술되지 않은 중간 과정에 상상력을 입히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존재하는 사실을 심하게 왜곡해서 꾸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퓨전사극이라고 해도 역사적인 사실과 가치관, 교훈을 염두에 두고 제작해야 한다”며 “너무 흥미 위주로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동희 예원예술대 교수(전 전주역사박물관장)는 “대중들이 퓨전사극에 허용하던 상상의 범주를 넘어선 게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며 “기존보다 사극에 나오는 허구적인 스토리를 보는 시선이 관대해졌어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계기”로 분석했다.
이어 “사극에서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가공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다만 사실을 토대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문종 전북대 교수는 “역사 왜곡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실과 완전히 다르거나 허구적인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앞으로 드라마는 드라마로 끝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극과 일반 드라마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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