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야생화를 보기 위해, 색다른 식물을 관찰하기 위해 자연으로 나서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덩달아 최근에 부쩍 자연을 다룬 책이 주변에 넘쳐나는 것을 느낀다. 아마 숲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겠지만 우리 집에도 숲 이야기를 다룬 책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예전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거나 글을 쓰고 싶었다는 이들의 의외로 많다. 누구나 어린 시절 벽에 한 번쯤 낙서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피폐함에 찌들다 보니 어느새 꿈은 사라지고 후줄근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허무해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삶에 찌들 때마다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이 혹시 일어나지 않았던가. 사실 나도 그런 부류의 사람 중 하나였다. 이 책은 당신의 기억 저편에 자리 잡고 있던 어린 시절의 꿈에 다시 불을 지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황경택은 만화가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생태놀이 코디네이터이자 생태 관련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다가 우연히 숲을 만난 이후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10년 넘게 <황경택의 생태놀이 연구소>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뚝심 있게 그 자리를 지켜왔는가를 알 수 있다.
황경택의 『자연을 그리다』는 자연 관찰과 이 결과물을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해 막연하게 두려움과 경외감을 가졌던 이들이 그동안 잊고 지내던 자연 앞으로 한 걸음 나설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자가 직접 그린 꽃과 나무를 다룬 세밀화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부터 나무, 그리고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의 소재까지 그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저자는 펜으로 그려낸 따뜻함과 섬세함으로 자연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내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모든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구절이었다. 그렇다 우리 삶도, 그림도 이야기를 빼면 재미가 없다. 평범한 그림도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느낌은 푸근함과 풍요로움이다. 아마도 이 책을 다 덮고 나면 당신도 책을 따라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질지 모른다. 나 역시 덕분에 화방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한참 고생했다.
가끔 우리는 우연의 힘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내가 그랬듯이, 이 책이 당신이 삶의 뒤켠으로 밀쳐두었던 ‘그림’이라는 매체를 바탕으로 자연에 성큼 다가서게 해주리라 믿는다. 올해가 끝나갈 무렵, 당신이 자연을 따라가며 그리워하고 감동했던 흔적이 멋진 그림으로 환하게 변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 에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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