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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작가 - 이유진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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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표지

이전에 다른 책을 통해 아토피를 앓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이 원고를 통해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내가 찾아낸 슈퍼 파워는 한편 나를 위한 최면이었다. 그 책을 통해 그럴듯한 위로를 얻은 것이 거짓은 아니지만 사실은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아토피 때문에 고되고 우울한 날이 조금 더 많다.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는 아토피, 글쓰기, 페미니즘을 골자로 작가의 투병 경험을 솔직하게 적어낸 에세이다. 아토피를 앓는 동안 겪은 치료 경험이나,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상황, 자기 몸에 대해 말하는 것을 읽다 보면 가끔은 공감의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토피 박사’를 자처하며 나를 구원해주고 싶어 안달이다. (중략) 그들의 말을 일일이 들어주기엔 너무 지루하고 짜증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발 닥쳐!”라고 말하기엔 내가 아직 교양과 이성을 잃지 않았으므로 최대한 입꼬리를 올리려고 노력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다.”(『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中)

남몰래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지만, 나 역시 속으로 비아냥거리기나 하는 내 성격이 모난 것이라 자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속 시원한 말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함께 내 마음을 공감하며 말해주는 것 같아 책을 넘기는 동안 자주 웃었다.

“아주 오랫동안 마법 같은 순간을 기다렸다. 한순간에 깨끗해진 몸, 하얀 피부, 누구도 이상하고 추하다고 여기지 않는 얼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것이 좌절될 때마다 내가 나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고통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고통 자체가 수치스러운 것이라 여겼다.”(『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中)

저자가 말하기를 시작한 것은 글쓰기를 통해서였다. 오는지 마는지 알 수도 없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의 자신을 말하고 일으켜 세우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찬찬히 쌓은 기록을 엮어 책으로 냈다. 이 책을 읽으며 최면 같은 위로도 필요하지만, 냉소적이고 솔직한 감상도 퍽 위로가 됨을 느꼈다. 

“이 고통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자 나는 덜 수치스럽고 덜 외로워졌다. 그래서 나도 함께 말하고 싶다. 나와 타인 모두를 잠식하는 이 혐오감을 조금씩 덜어내고 싶다. 여기에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 길거리에서 나와 같은 얼굴, 나와 같은 몸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날을 기다린다.”

저마다의 몸과 얼굴, 우울과 불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테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삶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빛나는 성공사례 말고도 모나더라도 꾸준히 오늘을 견디는 이야기들 말이다.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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