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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니 청춘이다] 전주양지노인복지관 '하늘빛 수채화' 강사 신재철 작가

자식들이 더욱 먼저였던 시니어, 은퇴 후 제 2의 삶을 찾아
37년의 교직 생활 끝낸 뒤 노인센터에서 수채화 강사 맡아
평균 연령 72세, 미술과 관련 없는 회원들과 전시회 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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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생활을 은퇴하고 전주 양지노인복지관에서 수채화 강사로 제2막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신재철 작가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부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오는 2025년 상반기 만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최근 의료비 증가, 기대수명 연장 등으로 일하고 싶은 시니어가 늘어나며 도내 곳곳에서도 ‘일하고 싶은’ 시니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도 청년 세대처럼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에 열정이 많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배우자와 자식들이 더욱 먼저였던 지금의 시니어들이 은퇴 후 늦게나마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일을 찾아 주저 없이 도전하는 모습. 전주 양지노인복지관에서 수채화 강사로 제2막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신재철 작가(77)를 만났다.

 

하늘빛 수채화 동아리에서 강사를 맡고 있는 신재철 작가는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생 시절의 신 작가는 그저 60명 학생 중 미술을 사랑하는 한 명의 어린이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며 “어린 시절 잡지를 보고 배우들의 모습을 그리면 부모님께서는 항상 칭찬을 해주셨다. 그런 칭찬이 더 멋진 작품을 그릴 수 있게 해줬고, 그러한 노력으로 학창 시절 그린 그림은 항상 교실 뒤쪽 칠판 벽에 붙어 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학교에서 1주일에 한 두 번 있는 미술 시간이 어느 시간보다 많이 기다려졌고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술에 대한 사랑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 군산 교육대학교에 입학했다”며 “교대에 진학하며 자연스레 그림 공부를 못했지만, 그럴 때마다 개인적으로 조각, 찰흙 공예 등 만들기와 꾸미기를 하며 미술에 대한 갈증을 풀어왔다”고 전했다.

신 작가는 “수채화를 본격적으로 좋아했던 것은 젊은 시절이었다"며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과 길 가장자리의 작은 꽃을 발견하면 그 아름다움에 발길을 멈췄던 적이있는데 그럴때마다 ‘그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졌었다”며 젊은 시절 가졌던 그림에 대한 갈망을 설명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림을 사랑하는 신 작가에게도 직장과 가정이 생기면서 그림에 대한 열정이 떨어져 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골 농촌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그림 공부가 어려웠다”며 “그 시절 그림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서는 따로 도시로 나와 학습의 장을 찾아야 했지만 젊은 시절 그럴만한 여유 없이 바삐 달려오다 보니 그림을 배운다거나 즐길 기회를 찾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교직 생활 도중에도 초등학생 고학년 미술 전담 교사를 맡아 아이들과 그림그리기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미술에 대한 사랑을 이어왔다.

신 작가는 “아직도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이라도 틈틈이 시간을 내 그림 공부를 했더라면 더 많은 발전이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시간이 흐르며 참새 같은 자녀들이 성장하고 신 작가가 짊어진 가장의 무게도 덜어지며, 37년간 교직 생활을 이어오다 지난 2007년 무주 삼방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을 했다. 그렇게 여가 시간이 남다 보니 자연스레 미술에 관심을 다시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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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작가가 '하늘빛 수채화' 동아리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채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신재철 작가 제공

신재철 작가는 “퇴직 후 가까운 주민센터 수채화 동아리 반에서 수채화를 배우며 수채화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됐다”며 “그때 만난 선생님이 지도해주신 그림이 너무 재밌고 좋아서 배운 것을 몇 번씩 그려보는 열정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신 작가는 많은 그림의 종류 중 수채화를 택한 이유로 맑고 투명함을 꼽았다. 그는 “그림에는 한국화, 서양화, 유화, 수채화 등 여러 분야가 있다”며 “그 중 수채화는 수정도 불가하고 물 조절에 실패하면 한순간 작품을 망칠 위험도 크지만, 수채화만이 가지는 맑고 투명함과 번지는 느낌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로 다른 그림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양지노인복지관의 ‘하늘빛 수채화’ 동아리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회원들의 요구로 시작됐다. 동아리 회원 수는 고정돼 있지 않고, 가장 나이가 많은 84세 회원부터 65세의 막둥이 회원까지 평균 연령 72세를 기록하는 수채화 동아리이다.

그는 하늘빛 수채화 동아리를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늘빛이 다르고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일출과 해가 서쪽 하늘에 질 때의 아름다운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다”며 “하늘빛을 닮은 그림을 그리자는 뜻으로 ‘하늘빛 수채화’라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늦깎이 취미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신재철 작가가 지도하는 ‘하늘빛 수채화’ 동아리의 한 회원이 한 말이다.

그의 교실에는 은퇴한 유치원 원장, 군인, 행정 공무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이들 모두는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회원들로 남들보다 늦게 수채화의 기능을 습득하고 작품 제작 활동을 펼쳐가고 있지만 신재철 작가의 지도에 수준급 실력을 보여주며 예술적 심성을 발현하고, 문화예술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었다.

신재철 작가는 “동아리 개설 초반에는 지도 강사 신청자가 모집되지 않아 지인의 소개로 갑작스럽게 동아리 강사직을 맡게 됐다”며 “부족한 제가 지도하고 있지만 배우시는 어르신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 작가의 수채화 사랑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앞으로도 연 1회 이상 수채화 회원전을 실시해 애호가들의 생활에 활력을 도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동아리는 그림에 대한 갈망을 가진 퇴직자들이 대부분이다”며 “이제 자녀들도 성장하고, 직장에서도 정년을 맞은 어르신들이 미술 활동으로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살아 활력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꽃은 질 때 더 향기롭고 과일은 익을수록 더 맛있다”며 “떠오르는 해는 눈이 부시지만 지는 해는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마음만은 청춘인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수채화 동아리는 수채화 실력향상을 위해 앞으로도 어렵고 힘든 작업을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며 하나하나 작품을 완성하며 보람을 느끼고 제2의 생활에 활력을 가지겠다”며 마무리했다. /전현아 수습기자

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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