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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니 청춘이다] 전주시니어클럽 '바로곁애' 장양천·김영순 바리스타

주부에서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 "출근할 생각만 하면 너무 즐거워"
"소속감과 자존감, 활력까지 되찾아 더욱 젊어지는 지금, 너무 행복"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으로 오는 2026년 대한민국 국민 20%가 65세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및 기초연금도 오는 2057년이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지출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속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는 국가의 복지 부담 증가를 상쇄할 수 있는 생산적인 정책이다.

또 노인 일자리는 노인의 빈곤 완화와 더불어 심리·정서적, 사회·관계적, 건강 증진의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며 인생의 활력까지 찾은 전주 시니어클럽 ‘바로 곁애’ 바리스타 장양천(68), 김영순(65) 씨를 만나 건강한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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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경제통상진흥원 '바로곁애' 카페에서 바리스타 (왼쪽부터) 김영순(65) 씨와 장양천(68) 씨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조현욱 기자.

장양천·김영순 어르신은 전주 시니어클럽에서 노인들의 대인관계 유지 등 지역사회 소통과 고립 방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시장형 사업 중 하나인 ‘바로 곁애’라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바로 곁애' 카페는 전북경제통상진흥원 별관, 국립전주박물관, 인후동 도서관 등 전주지역에 총 3곳이 있고, 이들은 전북경제통상진흥원 건물에 있는 ‘바로 곁애’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누구보다도 커피를 사랑하는 장 씨와 김 씨가 바리스타가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장 씨는 “처음엔 굉장한 우연이었다”며 “길을 걷다 노인지원 체험센터에 걸린 현수막에 쓰여있는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는 내용을 읽고 결정했다. 여기에 평소 커피를 좋아해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 역시 지인의 권유로 ‘바로 곁애’ 사업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전주 시니어클럽은 센터를 방문하는 어르신 개개인의 적성을 검사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매칭해 주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업무 효율성과 노인들의 업무 효율성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며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김효춘 전주 시니어클럽 관장은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전문기관으로 웬만한 지자체에 모두 운영되고 있다”며 “노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회적 경험이나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아직 많기 때문에 저희 클럽을 통해 상담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적성과 맞는 경험을 통해 사회에 참여,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주 시니어클럽이 주관하는 사업이라 단정짓고, 채용 과정이 간결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파트 내 택배 배달 사업인 ‘안전 택배’ 사업, 지역 내 상가를 소독하는 ‘청정 소독’ 사업 등 10개 사업으로 이뤄진 시장형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바로 곁애’ 사업에 뽑히기 위해선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일반 카페 종업원 채용 방법과 똑같은 절차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받고 자격증까지 취득한 후 6개월간의 인턴 기간까지 거쳐야 비로소 정식 바리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

평생을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의 삶을 살며 남편의 빨래, 자녀의 식사를 차리는 등 집안일을 해오던 이들은 갈색 유니폼과 모자, 검정 앞치마를 두르고 ‘바로 곁애’ 카페에 발을 내미는 순간 고객의 커피를 책임지는 바리스타로 변신한다.

장 씨는 “하루에 3시간 30분 밖에 되지 않는 근무 시간이지만, 이 시간만 생각하면 너무 즐겁다”며 “자녀들도 떠나고 남편도 직장에 나가면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게 된다. 씻지도 않고, 밖으로 한 발짝도 안 움직이는 날도 많았다. 혹여 운동이나 여행을 떠난다 해도 물리적인 이유와 귀찮음으로 한계가 있었지만,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아침마다 카페에 출근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나이가 들수록 무기력해지고 사회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받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오며 나 자신을 가꾸고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매일 소통하니 소속감도 생기고 내 나이보다 더욱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리스타 김 씨 역시 “우리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며 “이렇게 즐거운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어 일석이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이런 전문적인 일을 한다고 말하면 모두가 부러워한다. 특히 친구들 또는 손주들이 놀러 오면 멋지게 계산도 하며 노년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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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경제통상진흥원 '바로곁애' 카페에서 바리스타 (왼쪽부터) 김영순(65) 씨와 장양천(68) 씨. 조현욱 기자.

아침과 오후 시간에 비해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나 여러 번 메뉴를 변경하는 손님들을 만날 때면 우왕좌왕 실수를 남발하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까지 이들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장 씨는 “카페에 들어올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며 “한평생 가족들을 위해 밥을 차리고 집을 청소한 우리 같은 주부들은 식당 알바는 기피하고 싶지만, 이곳은 방문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 일부러 30분 일찍 출근할 때도 있고 30분 늦게 퇴근할 때도 종종 있다”며 카페 일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커피’라는 관심 분야가 생기니 커피에 관련한 지식은 덤으로 따라왔다.

장 씨와 김 씨는 바리스타를 시작한 이후 다양한 커피 종류, 원두의 맛 등 커피와 관련된 지식을 쌓기 위해 전보다 더 열공중이다. 특히 주말에는 유명 카페를 탐방하며 커피 제조법에 더욱 정성을 쏟고 있다.

이들은 또한 카페에서 커피 뿐만이 아닌 빵과 과자 등 제과 제빵을 하며 ‘케이터링’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관심 분야와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장 씨는 “커피가 가장 많이 판매되기는 하지만 예쁜 모양으로 먹을 수 있는 제빵 또한 흥미롭다”며 “예쁘게 과자를 만들고 과일을 담을 때면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서 아이들이나 지인들에게 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말하며 제빵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바리스타 장양천 씨는 “사회에 소속감이 생긴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이지 몰랐다”며 “집에만 있을 때와는 다르게 가족을 비롯한 주변 분들의 응원으로 자존감도 올라가고 더 예쁜 커피라떼 아트를 배우고 싶다는 목표 또한 생겨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늦게나마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만나 너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 글을 읽을 동년배 어른들도 망설임 없이 지원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즐거운 일터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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