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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지안 '오늘부터 배프! 베프!'

따뜻한 한 끼가 그리워지는 시대에 던지는 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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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배프! 베프!/사진=교보문고 제공

요즘처럼 한 끼 식사가 무서운 적이 있었을까.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밖에서 외식을 할 때마다 부쩍 오른 가격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웬만한 식사가 거의 만 원에 육박하거나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이니 동화에 나오는 아동행복나눔카드로 아이들이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어른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한 끼를 넘겨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돌아서면 배고픈 나이의 아이들에게 어김없이 돌아오는 식사시간은 무섭다. 그래도 아동급식카드가 없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으나 당사자의 입장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턱없이 부족한 식비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의 몫이고 당연한 의무지만 그 삶의 무게가 조금 덜어진다고 해도 좋지 않겠는가.

매번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같은 음식 먹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식당이나 편의점 밥이라고 어디 다르겠는가. 주인공 서진이가 편의점에서 만난 남자아이나 소리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공원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그 마음은 또 어떠한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밥을 먹어야 하는가에 이르면 마음은 더 착잡해진다.

그런 점에서 아동급식카드로 편의점 음식을 사 먹어야 하는 두 아이와 들고양이의 접점은 자연스럽다. 그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이미 세상의 냉혹함을 알아버렸다. 배려가 없는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처지는 삭막하기 그지없다. 세상의 쓴맛을 알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이미 맛본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이 지금보다 좀 더 사랑받고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 그들이 아직도 이 세상 어딘가에 자신들을 응원하고 지켜주고자 하는 이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 그들의 꿈이 꿈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변하고, 그들이 만나고 싶은 미래가 더 멋진 모습으로 후다닥 다가오기를 바란다.

아쉽게도 <오늘부터 배프! 베프!>에는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서진이와 엄마의 지나가는 이야기 틈에 희미하게 한 줄로만 등장할 뿐이다. 발을 동동거리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도 안타깝지만 설령 그게 아빠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저출산을 탓하기에 앞서 오늘 이 시간에도 애를 태우며 아이를 키우고 있을 수많은 한부모 가정,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과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가 그리워진다.

우리 시대는 예전처럼 이웃이 부모의 빈자리를 메워주거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일주일, 길게는 한 달 후에나 발견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절박할 때는 작은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주는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 누군가가 이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힘든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될 거라고, 이 또한 금방 지나갈 거라고,

장창영 작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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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아동급식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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