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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그리운 ‘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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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간판도 없고 상호도 없었지요. 지도에도 안 나오고 이정표도 없었지만, 청춘들은 약속처럼 모여들었지요. 팔달로 변 전주전신전화국 앞 ‘전다방’, 사시사철 붐볐지요. 주인뿐 아니라 마담도 레지도 없고 테이블도 의자도 없었지요. 오거리 신신 악기점에서 샀을까요? 길 건너 홍지 서점에서 샀을까요? 누구는 나나무스꾸리의 엘피판을 들고 있었고, 또 누구는 소월의 시집을 끼고 있었지요. 오래 기다린다고 눈치 안 주고, 커피 안 시켜 미안하지도 않았지요. 

 

별다방 아니 스타땡땡 카페에 젊은네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날마다 만원입니다. 아마도 길을 놓치지 않으려 이정표를 보는 것일 겁니다. 서너 시간은 기본, 노트북 컴퓨터에 눈을 박고 있습니다. 지름길을 찾는 거겠지요, 밑줄 위에 또 밑줄을 긋고 책장을 넘깁니다. 확신도 없는 답신을 받으려 머나먼 별에 신호를 보내는 거겠지요. 똔 또도똔 또또, 다리를 떨며 발뒤꿈치로 모스 부호를 날리고 있습니다. 사장님 눈총을 피하는 걸까요? 다 돌아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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