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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바람 분다…교보 판매량 급증

서점가에 전자책 바람이 불고 있다. 교보문고는 14일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내고 올해 1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전자책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80.5%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는 권비영의 역사소설 '덕혜옹주'가 차지했으며 이어 이새인의 소설 '개인의 취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을 담은 '워렌 버핏' 등 순이었다. 종이책 구매자의 61.7%가 여성인 반면 전자책 구매자는 남성이 59.8%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22.7%에 그쳤던 여성 구매자가 올 상반기에는 40.2%로 증가, 전자책에 대한 여성 독자들의 관심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전자책의 연령대별 구매자는 20대가 40.3%로 가장 많았고 30대 27.1%, 40대 20.8%, 50대 8.3% 등 순이었다. 한편, 교보문고의 상반기 전체 매출 증가율은 7%로, 개보수에 들어간 광화문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은 12.9%, 인터넷서점은 18% 각각 매출이 늘었다. 교보문고의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역시 '덕혜옹주'가 차지했다. 법정 스님의 에세이는 '아름다운 마무리'(2위)를 비롯해 '일기일회'(5위),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7위), '무소유'(10위),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11위), '맑고 향기롭게'(17위), '인연이야기'(18위) 등 무려 7권이나 20위권에들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3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1권이었다. 이밖에 오츠 슈이치의 에세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4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라다이스' 1권(6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8위),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9위) 등도 인기를 끌었다. 분야별로는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중 에세이가 27종으로 가장 많았고 인문분야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4종이 많은 7종이 순위에 올랐다. 반면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분야의 인기는 주춤했다고 교보문고는 전했다. 또 최근 3년간 연령대별 구매비율을 분석한 결과, 20-30대 독자는 줄고 40대 이상 독자는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젊은 층의 독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4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죽음을 농하는 자, 죽음에 이르리라

사이렌이 울린다. 그 소리가 낯설다. 무덤덤해진 신경을 깨운다. 한 켠으로 밀려나 있던 감각을 동원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무슨 소리지? 10시! 아, 현충일이지…." 읽던 책을 덮고 잠시 소리가 그칠 때까지 사이렌의 취지에 동참해본다. 그 동참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나도 이제 나이가 먹어가긴 가나보다. 죽음이 어떤 모습이었든 간에 애도에 동참한다는 것은 인격이 성숙되었든지 죽을 때가 가까워졌든지 둘 중 하나일 텐데, 애당초 성숙하고는 거리가 먼 까닭에 드는 생각이다. 이때 문득 천안함 사태로 죽은 젊은 영혼들과 함께, 며칠 전에 보았던 글이 떠올랐다. 먼저 글에 대해.▲ 죽으려고 기를 썼던 사람들18세기 중반 위백규(魏伯珪)란 학자가 썼는데, 오씨(吳氏)라는 '열녀(烈女)'를 표창하라고 중앙 조정에 올린 글이었다. 강진현(康津縣)에 살던 오씨는 장씨(張氏) 집안에 시집을 와서 남편이 죽자 열 달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 자신의 남편을 따라 죽었다고 한다. 남편은 원래 기이한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혼인하던 날 저녁에 재발하여 쓰러졌고, 며칠 뒤에 숨을 거두었다.오씨는 충격으로 기절했지만 곧 회복되었다. 그러나 마실 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염습이 끝나고 나서, 두 노인을 생각해서 목숨을 보존하라는 시부모의 간청에 오씨는 쌀죽을 가져오게 하여 먹었는데, 세 끼 먹은 것을 모두 합해도 한 움큼도 되지 않았다. 친정에 돌아와서도 음식 먹기를 거부하자, 친정 부모는 자신들이 곡기를 끊는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딸에게 음식을 권했다. 이러기를 여러 차례, 가매장한 남편의 장례를 치를 때가 되어 시가로 가는 도중에도 기진하여 쓰러질 상황이 되자 아버지의 권유로 곶감 한 쪽을 삼켰을 뿐이었다. 남편이 죽은 지 1년이 될 무렵엔 얼굴에 핏기가 다하고 피부가 야위었으며 머리카락이 썩어 빠져 남은 것이 없었다. 마침내 〈영결장(永訣狀)〉을 지은 뒤 한바탕 통곡하고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이 열녀를 표창하자고 건의했던 위백규는 또 다른 열녀 최씨의 표창도 건의했는데, 최씨 역시 남편이 죽자 무명을 찢어서 새끼줄을 만들어 자신의 목에 묶어 자결했다. 죽을 때의 상황도 아주 상세히 묘사했는데, 최씨는 삼베줄을 새끼줄 끝에 이어서 관 밑으로 두르고는 손으로 잡아당겨 단정히 관 옆에 앉아서 세상을 떴는데, 어찌나 꽉 잡았던지 죽은 뒤에 시신을 발견한 사람들이 손에서 줄을 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죽음을 기렸던 몇 가지 눈들오씨와 최씨를 소개했던 위백규는 「맹자」, 「예기」, 「시경」, 「논어」 등 권위 있는 '고전'을 근거로 이들의 죽음에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만고(萬古)에 한 번 있을 죽음'이라고 평가했다. 흔히 이 시기에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열녀 만들기'라고 이런 현상을 해석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보다 앞선 16세기 중반의 이문건(李文健)이란 학자가 쓴 「양아록(養兒錄)」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손녀인 숙희 모녀가 할머니를 정성스럽게 간호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다시 병석에 누웠다. 그러자 숙희는 또 할머니의 변을 먹고 자신의 다리 살을 도려내 할머니에게 먹였다. 그러나 도려낸 곳에는 좀처럼 새살이 돋아나지 않았고, 변의 독이 온몸에 퍼져 숙희는 심하게 앓았다. 이문건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는 '손녀의 효심이 기특하기만 했다.' 어떻게 저런 '엽기적인 손녀'의 효심이 기특했을까?임진왜란 당시 의병 활동을 한 정경운(鄭慶雲)이 남긴 「고대일록(孤臺日錄)」의 기록도 만만치 않다. 정경운은 정유재란 때 딸을 잃었는데, 조카가 산에서 딸 정아(貞兒)의 시신을 찾았다고 한다. 목이 반 이상 잘린 채로 바위 사이에 넘어져 있었는데 차고 있던 칼과 손이 모두 평소대로였다. 정경운은 왜적들이 몹쓸 짓을 한다는 말을 듣고 딸에게 자신이 찼던 칼을 주면서 '만약 불행한 일을 만나면 절대 왜적의 뜻에 따르지 말라'고 일렀던 적이 있었다.정경운은 딸의 죽음을 놓고 이렇게 썼다.'드디어 흉악한 왜적을 만나자 당당하게 겁도 없이 왜적을 나무라면서 생(生)을 버리고 절개를 온전히 하였으니, 곧구나, 내 딸이여. 그 이름(貞兒! 바른 아이!)에 부끄럽지 않다. 오호라, 네가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한 것은 잘하기는 잘한 일이지만, 내가 딸의 목숨도 구하지 못해 흉적의 칼 아래 운명케 하였구나. 손을 붙들고 피난하여 시작과 끝을 함께 하고자 하였는데. 훗날 구천(九泉)에서 손을 잡고 다시 만날 때, 내 진실로 너만 못하니 무슨 낯으로 너를 위로하겠느냐? 너의 높은 절개는 내가 전(傳)을 지어 그 뜻을 기록할 것이다.'▲ 과장된 추모, 그리고 해석의 유보지금 우리는 열녀나 효자 만들기가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폄하하려고 위의 사례를 살펴본 것이 아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나로 말하자면, 위의 사례를 비인간적으로 보기보다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쪽이다. 열녀 만들기를 놓고, 통상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에게 성적으로 종속시키는 권력의 작동이자 장치라고 해석하는데, 역시 모르겠다.첩(妾)을 두는 일이라면 몰라도, 죽은 뒤에 열녀(烈女·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여자)나 절부(節婦·남편이 죽은 뒤에 수절한 여자)가 남성중심의 성적 욕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성적 욕망은 구체적 효과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성적 욕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텔레비전에서 묘사되는 성적 욕망 같은 거라면, 그러니까 축첩의 동기로 곧잘 이해되는 그런 성적 욕망 같은 거라면 열녀 만들기를 설명하는 데는 미흡하다. 물론 흔히 이해하듯이 축첩이라는 것도 많은 남성들이 부러워하듯 그렇게 성적 욕망의 충족이라는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이런 해석은 오히려 현재 한국 남성들이 여성과의 '성적 관계'를 어떤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좋은 지표라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다.또한 살아서 절개를 지키는 여성을 기리는 절부 이데올로기는 노동력의 확보라는 점에서 경제논리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열녀는 그렇지도 않다. 열녀 만들기는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이다. 열녀의 남편 가문이나 친정의 사회적 위신(威信)이 중요했으리라는 추정은 의미가 있다. 윤리는 생물학적, 경제학적 근거만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서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므로. 열녀 만들기를 설명할 '성적 욕망'이 훨씬 복잡한 성격의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지점이다. 아울러 비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래서 그 억압성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려면, 필요한 것은 단정이 아니라 유보일 것이다.▲ 국민국가에서 재현된 추모제의 기만성그렇다고 해서, 나는 허벅지 살을 베어 할머니 병구완을 하는 손녀를 기특하게 쳐다볼 효심도 없고, 목이 반쯤 잘린 딸아이를 놓고 절개를 지켰다고 말할 신념도 없다. 나아가, 내가 간섭할 영역이, 정확히 말하자면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죽은 뒤 아내가 열녀나 절부가 되고 말고는 관심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위의 추모 방식이 매우 어색하다.그런데 가만 보면, 이런 어색한 추모 방식은 어느 특정 시대의 산물이 아니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어떤 죽음'에 대해서는 특별히 취급해왔다. 우리는 죽은 사람에게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말로 떠나보낸다. 그것은 죽은 사람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인지상정을 넘어서는 특별대우가 있다. 그 특별한 취급 때문에, 열녀전과 함께 천안함이 현충일 사렌 소리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이다.천안함 침몰 직후 침몰 원인조사는 더디게 진행되었고, 그동안 전사한 장병의 장례식이 국민들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한창 젊은 사람들의 죽음이라서가 아니라, 조금 있으면 이들 나이가 되는 애들이 있기에 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들 부모 생각에…. 그렇지만 그들의 죽음은 이런 애도가 끼어들 틈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의미에서. 하나는 국립묘지를 가지고 군인의 죽음을 독점적으로 전유(專有)하는 국민국가에 의해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장병들의 희생 = 국가 = 수구정권'이라는 구린내 나는 등식에 의해서.국립묘지로 환원되는 애도에는 그나마 이유라도 있다. 그들이 군인이고, 적어도 국가는 싫든 좋든 사람들이 삶을 꾸려가는 사회의 하나이니까. 그러나 두번째 등식은 다르다. 국가사랑을 입으로 부르짖는 병역미필자가 다수인 지배집단이 마치 숭고한 국가의 애국자인 양 전도된다.남재일 경북대 교수의 말처럼 '장병들의 희생과 국가안보라는 공유가치 뒤에 숨어버린 이 정치적 탐욕을 지적하려면 희생자 유족의 상처를 건드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거나 국가안보를 부정하는 좌파로 매도당한다. 이렇게 전사 장병과 유족에 대한 군과 정부의 불편한 입장이 정리됐다. 이로써 말의 진정성을 죽이고 공유가치를 훼손하면서 소통의 기저를 좀먹는 문법이 완성된다.' 그 문법은 아직 진행중이다. /오항녕(전주대 연구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6.11 23:02

어린이에게 추천하는 미래직업 100선

진로를 고민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10년 후 유망할 만한 직업을 소개해주는 책이 출간됐다. '10살에 떠나는 미래 세계 직업 대탐험'은 의사나 변호사, 연예인처럼 모두가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전통적인 직업이 아닌, 아직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미래에 필요성이 커질 분야의 전문직 100개를 소개한다. 소개된 직업군은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천한 직업을 선별한 것이라고 출판사측은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순박이'와 '떨기'를 주인공으로 해 100개의 직업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기본적인 적성이나 성향에 따라 비슷한 속성을 지닌 직업군을 하나의 대륙으로 묶어 '꼼꼼대륙' '씩씩대륙' '펀펀대륙' '친친대륙' 등으로 분류한 방식도 흥미롭다. '꼼꼼대륙'에는 세밀함과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사무의 세계에 속하는 직업들로 기록물 전문가, 사이버 사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손해사정인, 회계사 등이 소개돼 있다. '씩씩대륙'은 열정적인 지도력이 이끌어가는 기업의 세계로, 경영 컨설턴트, 기금 조성가, 뉴스 특파원, 마케팅 전문가, 사설 탐정, 애완동물 전문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또 각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지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해당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짤막한 조언도 곁들였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진로 교육을 할 때 보조교재로 쓰기에 유용할 것 같다. 한상근 글. 최상규 그림. 주니어중앙. 256쪽. 1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1 23:02

SF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종교 이야기

44세의 평범한 목사에게 어느 날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의 청년이 찾아온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청년은 지구 밖 세상을 경험시켜주겠다고 제안하고 목사는 이를 받아들여 아내와 함께 외계 여행을 떠난다. 작가 한차현(40) 씨의 네 번째 장편소설 '변신'(문이당 펴냄)은 이처럼 목사 부부의 범상치 않은 우주여행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우주인과 시공간 여행자, 사이비 교주가 등장하는 개성 강한 SF 소설에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외계 행성에 도착한 목사는 기독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펠커교를 접하고 이를 맹신하게 된 아내는 그곳에 남는다. 목사는 외계 여행 후 교회에서 징계를 받는 등 위기 속에서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다. 무대가 외계로 확대된 이 소설은 겉보기에는 가볍고 발칙한 SF 소설로도 비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 종교와 믿음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룬다. 출간에 맞춰 9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종교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믿음을 가진 분들이 과연 진정한 믿음의 길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설 '변신'은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자, 작가가 내린 해답이기도 하다. "변함없이 절대적인 초월과 고결을 믿는 이들이 견지해야 할 삶은 어떤 종류일까요. 환경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쉼 없이 두려움 없이 노력하는 자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함없이 정지된 것은 죽은 것, 무의미한 것이니까요. '변신'은 그에 대한 저 나름의 양심 고백과 같은 작품입니다."작가는 "소설을 무기로 특정한 것에 상처를 입히고 흉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소설은 내 안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던지고 숙성시켜 해소하고 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동안 준비해 쓴 분량이 3천매가 넘는데, 고치고 고쳐 1천매를 덜어냈어요. 날카로운 부분은 사라졌지만 한 단계 계단을 올라간 느낌입니다. 똑같은 비유보다는 새로운 표현으로 이야기하려다 보니 우주까지 가게 됐네요. SF는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 저에게 잘 맞는 장르입니다."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해설에서 "'변신'은 소설적 이야기의 무대를 외계로까지 확장함으로써 기독교로 대표되는 인간의 종교적 경향에 대한 성찰적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이야기의 배후에는 이 시대의 종교적 타락과 독단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0 23:02

책 50권을 한권으로 '뚝딱'

성경,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한 권으로 읽는다? 신간 '책 vs 역사'(추수밭 펴냄)는 인류가 기억해야 할 책들을 선정해 이 책들이 역사와 문화, 정치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여기에 소개된 책은 고대 이집트의 사후세계 여행안내서인 '사자의 서'부터 성경, 논어, 코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든',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해리포터'까지 무려 50권. 하지만 책의 구성과 줄거리는 물론 시대적 배경, 작가의 사상과 생애, 숨겨진 뒷이야기 등을 제한된 지면에 나름 알차게 담아 나열식 책 소개 도서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국가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어떻게 오용됐는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배낭 속에 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들어 있었는지,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하여'를 저술한 아인슈타인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등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소개된 책들 중에 '마오쩌둥의 어록' '말괄량이 삐삐' '해리포터' 등이 포함된 것도 이채롭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시대순으로 정리돼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리저리 자유롭게 여행하듯 마음 내키는 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책의 생명력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재밌다. "책은 사람과 똑같은 존재다. 일단 세상에 태어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러다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배진아 옮김. 336쪽. 2만2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0 23:02

다이어트의 계절..관련 서적 판매 증가

다이어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더위와 함께 다이어트 관련 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이어트 책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다. 교보문고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다이어트 관련 서적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5월부터 관련 서적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전월 대비 판매량이 5월에는 12.5%, 6월엔 18.7%, 7월에는 55.5% 각각 증가했다. 1년 중 다이어트 관련 책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 달은 7월로, 판매량이 가장 적은 1월에 비해 3배나 많다. 하지만 한여름인 8월에는 오히려 전월 대비 판매량이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헬스 관련 서적도 5월부터 판매량이 많아지기 시작해 8월, 7월, 6월, 9월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교보문고는 이와 관련, 여름을 맞아 몸매 만들기에 주력하는 독자들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스 유니버스들의 식사법을 공개한 '세계 최고의 미녀가 되는 다이어트'(이아소 펴냄)도 나왔다. 미스 유니버스 공식 영양 컨설턴트인 에리카 앙갤은 이 책에서 미스 유니버스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실천하는 68가지 식사법과 외식할 때의 주의점, 여성에게 꼭 필요한 간식, 영양보조식품 등을 소개한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9 23:02

'우주 향한 꿈' 책에서 우주로 날아오르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9일 발사될 예정인 가운데 나로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우주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책 중 하나는 '세계우주클럽'(바다출판사 펴냄). 이 책은 미국과 함께 우주 탐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러시아의 과학자와 언론인의 시각에서 각국의 로켓 개발 역사와 그 이면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러시아 항공우주 전문지 '우주 비행학 뉴스'의 편집장을 지낸 이고리 아파나시예프와 러시아 방위산업기술연구소 연구원인 알렉산드르 라브료노프.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외국 과학 도서의 대부분이 미국 서적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북한과 이란의 로켓 개발사는 물론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한국의 로켓 개발사도 소개하고 있다. 로켓 부품 및 발사 장면 등이 담긴 250여 장의 희귀 사진과 41장의 설계 도면은 로켓의 형태와 발사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로켓, 꿈을 쏘다'(갤리온 펴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로켓 전문가 정규수 박사가 쓴 로켓 개발사. 로켓 탄생의 역사를 비롯해 로켓 개발 과학자들이 꿈을 실현하기까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로켓 개발의 두 주역인 소련의 천재 로켓 과학자 세르게이 코롤리오프와 독일 출신의 미국 로켓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의 인생 역정과 로켓 개발을 향한 불굴의 의지는 큰 감동을 준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우주인이 되겠다는 순수한 꿈을 현실로 만든 배경은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극단의 시대였다. 정 박사는 특히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없었다면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로켓 개발과 우주 발사 시험 등 우주계획은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켓 발사와 비행의 과학적 원리도 흥미롭게 설명했다. '반가워요, 우주씨!'(주니어김영사 펴냄)는 청소년들을 위한 우주 입문서다. 태양계의 아홉 행성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왜 태양과 달의 크기는 항상 다르게 보일까, 맨눈으로 몇 개의 별을 관찰할 수 있을까... 독일 뮌헨의 도이체 박물관장이자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교수인 위르겐 타이히만이 우주에 관한 궁금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9 23:02

그림으로 보는 조선 풍속의 역사

정치나 사회, 경제가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양식에서 역사를 서술했던 독일의 역사가 에두아르드 푹스의 '풍속의 역사'는 역사학과 풍속학의 고전적 저작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절대주의 시대, 부르주아 시대까지 서양사를 다룬 '풍속의 역사'는 풍속사에서는 문헌보다 그림과 같은 미술작품이 더 풍부한 자료가 돼주기도 한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완간된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의 '조선풍속사'(전3권. 푸른역사 펴냄)는 명실 공히 조선판 '풍속의 역사'라 할 만하다. 이 책은 강 교수가 2001년 혜원 신윤복의 화첩인 '혜원전신첩'을 풍속의 관점으로 읽어내 출간한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에다 단원 김홍도와 기산 김준근 등이 그린 풍속화 내용을 추가해 3권 분량의 두툼한 책으로 완성한 것이다. 책의 1권은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풍속화를, 3권은 신윤복의 풍속화를, 그리고 2권은 김홍도와 신윤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던 기산 김준근과 다른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를 서술했다. 풍속화를 읽었다고 해서 단순히 '조선시대 백성의 삶을 묘사한 작품에서 흥과 해학을 느낄 수 있다'는 감상으로 가득 찬 책으로 본다면 큰 착각이다.저자는 기와집을 짓는 모습을 그린 그림 '기와 이기'에서 밑에서 던진 기와를 맨손으로 받아내고 흙 반죽 덩어리를 달아 올리는 모습부터 목공이 기둥의 쏠림을 점검하기 위해 한눈을 감은 모습과 목수가 대패질하는 모습까지 하나하나의 부분을 자세히 읽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림에서 보이는 대패에 지금의 대패와는 달리 좌우 손잡이 역할을 한 '대패손'을 볼 수 있다거나 목공이 기둥의 쏠림을 측정하기 위해 추로 쓰는 물건은 '먹통'이라 불리는 것으로 원래는 줄을 곧게 치는 데 쓰는 물건이라거나, 그림 오른쪽 아래에 톱이 보이는데 옛날에는 이렇게 생긴 톱만 '톱'이라 부르고 지금 흔히 보는 칼 모양의 톱은 '거도(鋸刀)'라고 불렀다는 설명 등을 덧붙인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다시 그는 그림 오른쪽 위에 있는 사람은 이 기와집의 주인으로 머리에 사방관을 쓴 것으로 보아 양반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고, 태종 때 서울의 크고 작은 집이 모두 띠로 지붕을 덮은 초가집이라 중국 사신이 보기에 아름답지 못하고 화재의 염려도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과 시골에서는 기와집에 사는 사람이 백에 한둘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민중적 시각도 드러낸다.널리 알려진 김홍도의 '타작'에서도 저자는 모두가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데 혼자 시무룩한 왼쪽 위의 납작코 사내와 혼자 한가로이 누워 있는 지주를 대비해 "경작하는 사람만이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는데 양반은 경작하지 않고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해괴하다"고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내세우며 "인류를 지금껏 살려온 농민과 농촌은 지금 어떻게 됐는가"하고 묻는다. 김홍도와 신윤복에만 관심을 둬온 지금까지의 풍속화 연구 경향에서 벗어난 2권도 주목된다. 기산 김준근의 '엿 파는 아이'에서는 엿장수의 가위가 적어도 19세기 말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같은 작가의 '개백정'에서는 지금 흔히 '보신탕'이라 불리는 개장국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신윤복의 작품을 다룬 3권도 내용과 도판을 추가해 깊이를 더했다. 저자는 "나는 '그림'이 아닌 '풍속'을 읽고 싶다"며 "혜원의 그림이 달성한 미학적 성취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지만, 나는 '그려진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 어떤 사회적 배경하에서 그림의 제재가 됐으며 어떤 사회적 변화가 그 속에 함축돼 있는지 묻고 싶다"고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각권 432ㆍ344ㆍ288쪽. 각권 2만1천원ㆍ1만9천원ㆍ1만8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9 23:02

월드컵 시즌에는 축구책도 뛴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열기가 달아오르지만, 월드컵은 서점가에는 대표적인 악재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서점 매출이 30-40% 감소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월드컵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점도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서점가에 월드컵 바람몰이를 하는 책은 이번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의 에세이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지난달 6일 출간된 그의 에세이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국 온ㆍ오프라인 서점 10곳의 판매 부수를 종합한 한국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9위에 랭크됐다. 박지성의 에세이는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출간된 지 한달 만에 3천200권이 넘게 판매됐으며,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에서는 하루 25-30부씩 팔려나간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아들을 어떻게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키웠는지 그 과정을 담은 에세이 '가슴으로 꾼 꿈이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를 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풍문고 종로점에서는 한국과 16강을 다툴 아르헨티나 축구팀의 간판스타 리오넬 메시의 축구 인생을 그린 '메시 : 축구의 메시아'와 포르투갈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자서전 '최고의 순간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하루 15-20부씩 꾸준히 팔려나간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호날두 책은 나온 지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월드컵 시즌을 맞아 사람들이 다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영등포점에서는 축구 전문 잡지 '포포투', '스포츠온(SportsOn)'의 판매량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점들은 월드컵 바람을 타고 본격적인 월드컵 마케팅에 나섰다. 교보문고는 6월 한 달 동안 전국 16개 전 매장에서 월드컵 기획전을 열고 행사 도서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월드컵 공식구를 증정한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200명을 추첨해 붉은악마 티셔츠를 주고 동티모르판 '한국인 히딩크'의 감동 실화를 다룬 영화 '맨발의 꿈' 시사회에 200명을 초대한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7 23:02

피 팔고 '열병' 걸린 한 마을의 절망

중국 작가 옌롄커(閻連科)는 권위 있는 루쉰 문학상과 라오서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비판적인 작품으로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중국식 글쓰기에서 '별종' 또는 '이단아'가 된(작가)"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문제작가'다. 그의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5년 출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 즉시 판매금지 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됐다.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두 번째 작품 '딩씨 마을의 꿈'(아시아 펴냄) 역시 출간 후 판매금지되고 발행과 홍보가 전면 금지된 그의 대표작이다. 중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에이즈를 소재로 한 소설로, 한 마을에서 비위생적인 헌혈 바늘 사용으로 주민들이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우매한 주민들이 돈을 받고 피를 팔다 에이즈에 휩쓸려 파괴돼가는 마을을 배경으로, 물질 만능주의의 욕망 아래 무너지는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에이즈라는 '열병'에 주민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딩씨 마을을 묘사하며 시작하는 소설은 냉정한 시선으로 그 고통과 공포의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마을에서 피를 대대적으로 매집해 큰 부자가 된 아버지 때문에 12살에 죽은 아들이 소설의 화자다. 죽은 소년의 시선과 그의 할아버지가 꾸는 꿈의 묘사, 중간 중간 마치 짧은 시처럼 압축한 문장을 섞어 쓴 서사로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월이 시신 같았다./평원 위의 풀들도 말라 버렸다./평원 위의 모래흙과 농작물도 피처럼 붉어지더니 이내 시들어 버렸다./딩씨 마을의 사람들도 집 안에 틀어박혀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17쪽)옌롄커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라며 "한 편의 소설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몸부림과 그 몸부림을 위한 울음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작가의 말'에서는 "유일하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이 즐거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소설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가슴에 고통을 주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번역한 김태성 씨는 "옌롄커는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요소인 고통과 절망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464쪽. 1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4 23:02

어, 다빈치 발명품 中발명품과 닮았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과학자인 다빈치가 고안한 비행장치, 다연발 기관포 등이 그의 독창적 발명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의 저자 개빈 멘지스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1434년'에서 다빈치의 발명 도안들이 중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발명된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새로워졌으나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나라들은 아직도 그 소식을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그리하여 태감(太監) 정화와 왕경홍 같은 여러 사람들이 존경과 복종을 가르치기 위하여 특별히 파견되었다."때는 1430년 6월 29일, 명나라의 제5대 황제이자 영락제(永樂帝)의 손자인 선덕제(宣德帝. 재위 1425∼1435)의 선종실록에 실린 칙령이다. 그로부터 약 6개월 뒤인 1431년 1월 9일 정화는 바다 건너 저 멀리 떨어진 땅의 '오랑캐들'에게 존경과 복종을 가르치라는 황제의 명을 받들어 마지막 항해에 나선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에서 정화가 이끄는 함대가 1421년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폈던 멘지스가 이번에는 중국 문명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기원이 됐다고 주장한다. 함대를 이끌었던 정화는 1433년 사망하지만 정화의 함대는 1434년 피렌체에 도착해 교황 유게니우스 4세를 알현하고 지도, 천문학, 수학, 예술, 건축, 인쇄술 등을 전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폈다는 것. 다빈치의 천재적인 발명 도안들도 중국에서 이미 발명된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멘지스는 그 근거로 1313년 중국 원나라에서 간행된 농업 백과사전 '농서(農書)'의 삽화를 제시한다. 당시 피렌체의 기술자들이 농서를 베껴 기계 도안을 그렸고 다빈치가 이 도안들을 '개량'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가 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정화 함대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18년 전 한 남자에게서 아메리카 지도를 건네 받았고 이 남자는 이 지도를 1434년 '중국에서 피렌체로 건너온 박학다식한 사람들'에게서 얻었다는 것이다. 부제는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 박수철 옮김. 472쪽. 1만8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2 23:02

[지역과 함께해온 전북일보 사업] 89년 부활후 66명 등단…한국문단에 새로운 바람

전북일보 역사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박용상(1910∼1980)이 같은 해 10월 10일 전북시보의 편집인 겸 발행인으로서 판권을 인수받으면서 시작됐다. 창간 60년. 전북일보의 오랜 역사 속에서 신춘문예의 역사 또한 빠뜨릴 수 없다.전북일보 역사의 시작점인 195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신춘문예는 중간에 한 번 중단됐다가 1989년 다시 시작됐다. 문제는 초창기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신춘문예가 언제 시작돼 언제까지 계속됐으며, 왜 중단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나 이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없었다. 1961년 본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당선자로, 전북문단사를 정리하며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대해 언급했던 김순영씨는 "아마 중단됐다면 군사정권 시절 1도 1사 방침에 따라 신문사 통폐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중단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1950년 전북일보 현상문예에는 소설가 최일남씨가 당선됐다. '현상문예' 대신 '신춘문예'로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최씨의 약력에는 '현상문예'로 기록돼 있다.1956년에는 배인기 이봉섭 박래철씨가 당선됐다는 자료가 남아있다. 본보 논설위원으로도 재직했던 이봉섭씨는 전북예총 회장을 지냈으며, 작품활동도 소설과 평론, 영화 시나리오까지 그 폭이 넓었다.1959년에는 전북일보 지령 3000호 기념 문예작품 현상공모가 개최됐었다. 허소라 전북문학연구원장은 이 때 희곡이 당선됐었다. 당시 상금은 5만원이었는데, 신문사 사정상 현금으로 받지 못하고 고급 시계로 대신했다고 한다. 시상식은 1959년 12월 25일 신문사에서 진행됐으며, 수상작 '응혈'은 1960년 1월 5일부터 11일까지 7회에 걸쳐 연재됐다. 허소라 원장은 "군대에서 막 제대해 그 무렵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고 떠올렸다.당시 시는 현재 서울소바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섭씨와 국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신찬균씨, 그리고 이광섭씨가 당선됐으며, 소설은 배병윤 김용춘씨가 당선됐었다.1961년에는 정병렬(시) 김정희(소설) 김순영씨(동화)가 당선됐다. 김순영씨는 "은수저 한 벌을 상품으로 받았었다"며 "당선됐을 때의 기분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당시 시상식이 실린 신문기사를 아직도 스크랩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렬씨는 "당시 김해강 시인과 신석정 시인이 심사위원이었다"며 "고등고시를 준비하다 방황하던 시절 신춘문예로 새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허소라 원장과 김순영 정병렬씨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50년대에는 '현상문예'였지만 60년대 들어 '신춘문예'로 이름을 바꾸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1973년 신문이 통폐합되면서 신춘문예가 중단됐으며, 1989년에 부활됐다.현재 전북일보 사장인 김남곤씨가 1988년 편집국장으로 임명된 후 고 서정상 회장에게 신춘문예 부활을 정식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곤 사장은 "당시 각 도마다 신춘문예가 하나씩 있었다"며 "문단 등단 통로로서 문예지가 있기는 했었지만, 전북을 대표하는 신문으로서 신춘문예를 개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이렇게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부활됐다. 전북일보는 사고를 일곱차례 이상 게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신춘문예 부활을 알렸다. 그 해 김유석(시) 박만득(소설) 신경자씨(동화)가 당선됐는데,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서정인, 한국 PEN클럽 회장을 역임한 문덕수, 이기반 전 전주대 교수, 엄기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장 등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했다. 이 때 상금이 소설은 100만원, 시와 동화는 50만원이었다.90년대 들어 변화가 있다면 동화 부문이 없어지고 수필 부문이 신설됐다는 것. 수필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문학으로 주목받으면서 수필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북일보는 1998년 신춘문예부터 동화 대신 수필을 공모했다. 이로부터 딱 10년 뒤인 2008년에는 동화 부문을 부활, 시와 소설, 수필과 동화 4개 부문에서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2008년 심사를 맡았던 아동문학가 서재균 김자연씨는 심사평을 통해 "그동안 전북일보가 동화 공모를 중단해 섭섭했는데, 이번에 다시 부활하고 보니 그간 분출구를 찾지 못한 예비 동화 작가들이 한꺼번에 모여 든 것 같다"고 말했다.2007년에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인들의 모임인 '전북일보 문우회'가 만들어졌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들이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들의 모임의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지만, 2006년 연말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를 맡으면서 공식적으로 논의됐다.1995년 당선자인 박태건씨는 "문단에 많은 모임들이 있지만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의 모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들이 모임을 결성, 건강하고 바른 문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의미있을 것 같아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유석(89년 시) 이세재(93년 시) 이준호(93년 소설) 김종필(94년 동화) 박태건(95년 시) 김형미(2000년 시) 최기우(2000년 소설) 장창영(2003년 시) 문신(2004년 시) 경종호(2005년 시) 기명숙(2006년 시) 이현수씨(2007년 시) 등이 창립을 주도했다.전북일보 신춘문예가 부활된 1989년부터 2010년까지 본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문인은 66명. 김유석 전북문우회장은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의 문학적 역량을 모아내는 통로이자 문단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회원들의 열망이 커 올해는 기필코 창간호를 발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전북일보 문우회는 창립 이래 전북작가회의, 최명희문학관, 미래문화포럼 등과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쳐 왔으며, 해마다 본보 신춘문예의 예심을 맡아 보는 의미있는 전통도 만들어냈다.'임용이 없는 고시'라고 말하는 신춘문예. 전북일보와 전북일보 문우회는 외로운 문학의 길에서 서로에게 의지해도 좋을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다가오는 새해 아침, 또 어떤 문청이 새 봄을 맞게 될까.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6.01 23:02

시와 대중음악, 그 행복한 접점을 찾아

이성복의 시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는 주현미의 노래 '비 내리는 영동교'의 가사를 빌려왔고 시인 최정례는 이글스(Eagles)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를 바탕으로 시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를 썼다. 가수 이상은은 우리의 전통시 '공무도하가'를 '공무도하'란 노래로 만들어 불렀고, 김태형의 시집 '로큰롤 헤븐'은 록 자체를 시의 제재로 사용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인 장석원이 시와 대중음악의 상관성, 서로 제재가 되고 주제가 되는 '혼종(混種)'에 주목한 '우리 결코, 음악이 되자'란 책을 펴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시와 노래를 바라보는 동시적 관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적인 것'이다. 시적인 것은 새로움이다. 시는 노래에 의해 새로워지고, 노래는 '시적인 것'에 의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1부에서 '시적인 것'의 실체를 미국의 유명한 록 밴드 '펄 잼(Pearl Jam)'의 가사를 통해 분석한 뒤 2부에서는 시와 대중음악이 서로 영향을 준 사례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이어 3부에서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아바(Abba)와 비틀즈(Beatles), 듀란듀란(Duran Duran), 컬처클럽(Culture Club),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4부에서는 '여행과 노래'라는 주제로 자신의 여행기를 시와 노래에 접목해 들려준다. 책 전반부는 시와 음악에 대한 평론에 가까워 읽는 이로 하여금 의미를 곱씹게 하지만, 후반부는 '장석원의 음악에세이'라는 부제 그대로 저자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시와 음악과 함께 녹여내 편안하게 읽힌다. 본질적으로는 평론집이 아닌 에세이인지라 음악과 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을 상당 부분 느낄 수 있다. 주현미와 김소월 등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음악과 시를 인용하려고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그래서, 굳이 팝과 록, 시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쉽게 읽힐 만하다. 음악과 시 어느 한 쪽에 깊이 있는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계기로 다른 한쪽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될 것이고, 양쪽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그간 시집 '아나키스트', '태양의 연대기', 평론집 '낯선 피의 침입'을 냈다. 도서출판 작가. 221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31 23:02

한국도 전자책 바람 부나…출판 기류변화

전자책(e-book) 시장 상황을 관망해오던 국내 출판사들의 기류가 최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앞다퉈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읽을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머잖아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 전망이다. 30일 출판업계와 서점가에 따르면 단행본 부문 국내 1위 출판사인 웅진씽크빅은 올해 전자책 1천 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베스트셀러와 신간 중심의 전자책을 분기별로 100종씩 공급하고 '재테크 3종 세트', '청소년 논술 3종 세트' 등 독자 선호도에 따른 패키지 상품도 내놓는다. 웅진씽크빅은 오는 2012년까지 전자책 2천 종을 출시, 전자책 관련 부문에서만 7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웅진그룹의 출판유통 계열사 북센은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모비북(m.mobibook.co.kr) 사이트를 지난 1월에 열고 이미 웅진씽크북 전자책 200여 종 등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출판사는 멀티미디어 형태의 전자책을 연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출판사는 유아, 아동용 도서 분야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멀티미디어 형태의 유아, 아동용 전자책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초 작가 박범신 씨의 신작 장편 '은교'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에 내놨다. 은교 전자책은 현재 교보문고 전자책 베스트셀러 8위에 올라 있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의 진영균 씨는 "아직 판매량에서는 종이책이 크게 앞서지만 출간한 지 얼마 안 돼 8위에 오른 것은 의미가 있다"며 실용서 위주였던 전자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30-40대 남성들이 대다수였던 전자책 독자층이 20대 여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밀리언셀러를 내온 소설가 김진명 씨도 이달 초 자신의 소설 7종, 10권을 묶은 '김진명 베스트 컬렉션'(새움 펴냄)을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내놓았다. 앞서 문예출판사는 작년 말 세계문학전집 세트(50권)와 역사소설 '아사의 나라' 등 교양도서 40여 권을 아이폰 전용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문예출판사는 앞으로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모든 도서를 전자책으로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Why?' 시리즈로 유명한 아동출판업체 예림당은 'Why?' 시리즈의 전자책과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 우선 미국 등 외국 시장을 공략한 뒤 내년쯤 국내에서도 전자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상원 예림당 신사업본부장은 "국내에도 당장 선보일 수 있지만, 아동 도서의 경우 컬러 단말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말기 시장 환경을 지켜본 뒤 출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들도 전자책 코너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다음달 중순 국내 도서 위주로 전자책 2만 종을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을 출시한 인터파크는 신간 중심의 국내 서적 전자책 2만5천 종과 외국 원서 전자책 100만 종을 확보했으며 등록 작업을 거쳐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반디앤루니스도 다음달 400종을 추가해 총 700종의 전자책을 공급할 예정이다. 6만8천 종의 전자책을 보유한 교보문고는 신간, 베스트셀러 등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우선 확보해 전자책의 '양보다는 질'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 유통업체와의 수익 배분, 불법복제 등 문제는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여전히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음사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전자책이 출판시장의 새로운 활로가 되면 좋겠지만, 저작권 문제가 복잡한데다 특히 불법복제로 음반시장처럼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31 23:02

교장선생님이 들려주는 마음 밝히는 이야기

어느 바닷가에 곰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 곰은 매일 바다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은 후 부인 곰에게 싱싱한 것을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해오라기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 곰은 물고기 맛에 질려 해오라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한다. 남편 곰은 평소와는 다르게 해오라기 한 마리를 잡겠다는 마음을 먹고 바닷가에 나왔다. 그러나 그날따라 바닷가에는 해오라기가 한 마리도 없었다. 곰이 오기만 하면 모여들던 해오라기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남편 곰은 자신의 살기(殺氣)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것을 깨닫고 크게 뉘우친다.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라는 금강경의 핵심구절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대한불교 진각종 대원심인당 주교이자 서울 진선여중 교장인 덕일 권영택 정사는 새로 낸 책 '마음 밝히는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우화를 들려주면서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곰 부부의 이야기에서는 "내 마음을 열고 밝히면 일체가 다 밝게 되고, 밝은 것들이 나에게 모인다고 한다. 이렇듯 기심(살기)이란 말 못하는 미물들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조화로운 인간관계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다. 그의 말을 들어주고 그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 그것이 열린 마음이다"는 설명을 붙였다. 덕일 정사는 "탐진치(貪瞋痴 탐욕ㆍ분노ㆍ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이 만들어 낸 병을 치료하는 명약이 바로 마음 밝히는 공부"라고 말한다. "탐심을 없애기 위해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을 위해 널리 베푸는 마음 쓰는 공부, 진심을 없애기 위해 용맹심으로 참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 다스리는 공부, 치심을 없애기 위해 지혜심으로 삿된 생각을 버리는 마음 찾는 공부가 바로 그것입니다."더북스. 190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7 23:02

마크 트웨인 자서전 100년 만에 출간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이 사후 100년 만에 출간된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3일 전했다. 트웨인은 1910년 사망 당시 5천 페이지 분량의 편집되지 않은 회고록을 남겼으며 여기에는 사후 최소 100년 간 이를 출간하지 않길 바란다는 육필 기록도 포함돼 있다. 자서전 원고를 보관해 온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B)는 트웨인 타계 10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마크 트웨인 자서전 3부작 중 제1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트웨인이 왜 자신의 자서전을 이렇게 오랜 기간 공개하지 않길 원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유명세를 즐겼던 그가 출간을 미룸으로써 21세기에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자서전에는 스캔들 관계였던 이자벨 반 클리크 라이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400페이지 분량의 부록으로 실릴 예정이다. 이는 트웨인이 말년에 쓴 것이다. 라이언은 1904년 트웨인의 아내 올리비아가 죽은 뒤 그의 비서로 일했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관계였지만 트웨인은 1909년 라이언에 홀려 그녀에게 재산 대리인의 권력까지 주게 됐다고 말한 뒤 라이언을 해고했다. 올해 라이언에 관한 책을 출간한 역사저술가 로라 트롬블리는 "트웨인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말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서전은 그의 말년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말년 6개월을 비방으로 가득한 원고를 쓰면서 보냈다"고 말했다. 트웨인이 이 책을 사후 출간하도록 한 또 다른 이유는 '위대한 미국인'이라는 그의 명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올해 트웨인의 말년에 관한 책을 출간한 마이클 셸던은 트웨인이 개인적으로 지녔던 견해 중 일부는 대중적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셸던은 "트웨인은 신에 대한 의심을 지니고 있었고, 자서전에서 미국이 쿠바, 푸에르토 리코, 필리핀 등지에서 수행한 제국주의적 임무에도 의문을 제기했으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애국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일부는 트웨인이 죽기 전 (그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 잡지에 발췌 형식으로 실린 적이 있다. 그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과거 자서전으로 출간된 세 권의 책에 이 원고의 일부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편집을 맡은 UCB의 로버트 허스트 박사는 원고 전체의 절반 이상이 아직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학자와 전기작가들만 볼 수 있었다며 "트웨인은 사람들이 책을 사고 싶어 하게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5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