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가에 '사람 이야기'가 넘쳐난다.
인물 평전, 자서전 등 전기물의 불모지였던 국내 출판계에 전기물 출판이 잇따르고 있는 것.
외국에서는 유명인들의 회고록이나 자서전, 평전의 출간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자화자찬이거나 '위인전'의 성격이 짙어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용이 충실한 전기물들이 나오면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경술국치 100주년, 광복 65주년, 한국전쟁 60주년 등 올해 유난히 굵직굵직한 기념일이 많은 것도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의 전기물이 붐을 이루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출간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이언스북스 펴냄)는 8.15 광복과 무관치 않은 인물인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이다. 원폭 개발 성공으로 2차 대전을 종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원폭 투하 후 죄책감으로 고통받았던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조선의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의 평전 '파란눈의 한국혼 헐버트(참좋은친구)', '김대중 평전'(시대의 창),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평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21세기북스), 일본의 혁명가 기타 잇키의 평전 '기타 잇키'(교양인), '레닌 평전'(책갈피) 등도 최근 한꺼번에 출간됐다.
테레사 수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녀의 헌신적인 삶을 조명하는 전기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가톨릭 전문 출판사 바오로딸은 영국 언론인 그레그 와츠가 기자의 감각으로 쓴 전기 '마더 데레사-어둠 속 믿음'을 출간했으며, 민음사도 조만간 테레사 수녀 평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와 친구였던 지휘자 브루노 발터가 쓴 회고록 '구스타프 말러'(마티) 개정판도 나왔다.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플래닛), 'CHE'(토트) 등 평전의 단골 인물인 체 게바라의 평전도 잇따라 출간됐다.
역사학 전문 학술지 '역사비평' 편집위원회는 E. H. 카와 '미국 민중사'를 쓴 하워드 진 등 역사가 12명의 짧은 평전을 모아 '역사가들'을 펴냈다.
자서전 중에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 역정을 담은 '김대중 자서전'이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 2만 부가 매진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서전을 펴낸 출판사 삼인은 주문이 쇄도하자 서둘러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돌베개)도 서거 1주기를 맞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미현 민음사 홍보부장은 "경술국치 100주년, 광복 65주년, 6·25전쟁 60주년, 테레사 수녀 탄생 100주년, 말러 탄생 150주년, 슈만, 쇼팽 탄생 200주년 등 올해는 유독 큰 기념일들이 많은 데다 책의 기본적 책무인 지식 전달의 의미도 있어 평전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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