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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카드빚의 교훈

엄철호 익산본부장

 

남에게 빚을 지고 사는것이 얼마나 괴롭고 슬픈 일인지를 나타내는 속담이 나라마다 많다. 이들 빚에 관한 속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언어와 피부색이 각기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빚을 지는 순간부터 빚을 얻어쓴 채무자는 모든 자유를 잃게된다는 공통점이 그것이다.

 

'빚진 종이라''빚진 죄인'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는 속담이고 '빚은 자유인을 노예로 만든다'라는 속담은 영국에서 자주 쓴다. 유태인들은 '오리를 먹고 빚쟁이를 피해다니는것 보다 배추를 먹고 당당하게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 오히려 낫다'라는 말로 빚지는 일을 경계토록 하고 있다. 이 속담은 빚을 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밧줄로 묶이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고 소비향락성향이 자제력을 넘으면서 우리 주위에서 빚에 쪼들려 자살하거나 패가망신하는 많은 채무자들을 쉽게 보게 돼 너무나 안타깝다.

 

'외상이면 황소도 잡아 먹는다'는 식으로 빚지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많은 사람들은 마침내 '고슴도치 오이 걸머지듯'무거운 빚에 눌려 주저앉거나 대추나무 연걸리듯 여기저기 걸린 빚에 꼼짝도 못하고 인생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빚도 빚 나름이다.

 

시성(詩聖)이라는 두보는 사방에 술 빚을 지고 갚을 길이 막연해지자 이렇게 스스로 위로한다. "아침이면 날마다 봄 옷을 잡히고 강가에 나가 취해서 돌아온다. 술빚이야 가는곳 마다 있는 법.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문 일”

 

그런 두보도 더이상 빚지기가 어려워졌는지 이런 글로 탄식 한다.

 

"독한 삐주 한잔이면 시름을 잊을텐데 돈이 없으니 어디에서 외상술을 마시랴”

 

술빚 정도야 두보 말마따나 가는곳마다 있을수 있지만 못 갚고 죽을 만큼 큰 빚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먹기는 곶감이 좋다고 곶감꼬치에서 야금 야금 곶감 빼먹듯 손쉽게 카드 집어넣고 현금 빼내 쓴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카드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너무 딱하고 안타깝다.

 

세상 물정을 알 만한 세대는 물론 남의 돈 무서운 줄 모르는 20대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카드빚 실상을 보면 더욱 딱하고 걱정스럽다.

 

'알라딘 램프처럼 편리하기 이를데 없다'는 플라스틱 머니(카드)를 잘못 다스리면 그 주인을 패가망신의 길로 이끌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엊그제 익산경찰서에는 40대 사채업자 소모씨(40. 익산시 영등동)가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신용카드 빚에 몰리자 사채업자 돈을 끌어쓴 30대 한 가정주부가 사채업자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하여 사채업자가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이 주부도 문제의 시발점은 카드빚이었다. 신용카드 빚 6백만원을 해결하기 위해 사채를 빌려 쓴 것이 결국 1년6개월만에 원금이 1억6천만원으로 불어나자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주점에 여종업원으로 고용돼 윤락까지 강요당하고 남편으로부터 이혼까지 당하게 됐다. 이 주부의 사례는 하루아침에 이혼에서 윤락녀로, 그리고 몸도 망치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나락에 빠져버린 너무나 값비싼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신용카드 빚 6백만원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잘살아 보겠다고 그렇게 발버둥쳤는데…” 감당할 수 없는 카드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우리는 이 여인의 뒤늦은 후회의 눈물에서 새삼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케이스가 너무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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