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2004JIFF]네덜란드 시네-포엠 다큐멘터리 감상평

 

네덜란드 시네-포엠 다큐멘터리? '시'도 어렵고 '영상'도 어려운데 둘이 하나를 이루었다면? 이걸 보고 어떻게 글(문자언어)로 옮긴다지? 이번 영화제를 기회로 우여곡절 끝에 짤막한 다큐 한편을 함께 만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목은 턱없이 부족한 처지이니 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내내 걱정이 가라앉지 않는 건 당연했다..

 

백발의 유현목 감독님과 하명중씨 모습도 보이고, 썩 많지는 않은 관객들 중에 외국인들도 꽤 많이 눈에 뜨인다. 카탈로그를 잠깐 살펴보니 다섯 편의 짤막한 작품들이 한데 묶인 프로그램이다.

 

'순간의 침묵'(감독: 요한 반 데르 케우켄, 1965, 11분, 디지베타, 칼라), '거울 속 네덜란드'(감독: 베르트 한스트라, 1950, 11분, 35미리, 흑백), '체리나무 꼭대기에서'(감독: 알베르트 브로센스, 1948, 7분, 35미리, 흑백), '물의 도시, 암스테르담'(감독: 막스 데 하스, 1958, 14분, 35미리, 흑백), '식량공급자들'(감독: 이찌엔 브루쎄, 1949, 14분, 35미리, 흑백). 다섯 편 모두 카메라가 포착해낸 이미지와 사운드 재료들을 절묘한 결합을 통해 엮어나가며, '그때 그곳의 삶의 풍경'을 아주 인상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구나, 이것이 '시네 포엠'이구나, 역시 짐작했듯이 글로 옮기기 참 어렵겠구나, 다들 보고 느껴보라고 말하면 무책임하다고 할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거울 속 네덜란드'에 대해서는 말로 할 수 있는 게 좀 있어 보인다. 가장 밋밋해 보이면서도 나로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풍차'로 시작해서 물에 비치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이어지는데, 거꾸로 반사된 이미지가 다시 뒤집히고, 수면의 상태에 따라 흔들리고 왜곡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미지 자체가 거의 없어져버리기도 한다. 확정되어 있는 것은 없이 부단히 요동하니 그것이 표면인지 심연인지, 안과 밖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물의 나라'로서의 네덜란드를 물에 반사된 이미지로써 표현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종국에는 예술적 반영의 문제까지 짚어 보면서 미학과 철학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관 문을 나서며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다. 다큐멘터리가 과연, 그것이 다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극영화보다 더 잘 매개해준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관점'의 문제가 아닐까? 다음 상영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5월1일 오후 8시, 전주덕진예술회관)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