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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예민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최동성 편집부국장

정치가와 정치꾼은 어떻게 다를까. 그 분별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저간에“정치가는 성공한 정치꾼일 뿐”이라는 얘기가 비아냥조이지만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어 버렸다.

 

서양에서는 정치인을 괜히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언론인 민병욱씨는‘정치인과 세일즈맨’이란 콩트를 들어 그런 차이점을 비유했다.

 

 

어느 세일즈맨이 시골에 있는 여관에 들어갔다. 방을 요청했으나 여관주인은 한마디로 거절했다. 2층 방 하나가 비었지만 그 아랫방에 저명한 정치인이 묵고 있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거였다. 그 정치인은 신경이 예민하여 바로 윗방을 비워달라고 했다는 설명이었다.

 

그 시간에 다른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던 이 세일즈맨은 주인에게 통사정했다. 얌전히 잠만 자고 새벽에 일찍 떠날 것이며 아래층까지 들릴만한 소리는 일절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겨우 투숙허가를 받은 그는 살금살금 방에 들어가 세면도 하지 않은채 쭈그리고 앉아 영업실적부터 계산했다. 연필 놓는 소리조차 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밤늦게 계산을 마친 세일즈맨은 잠자리에 들려다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구두를 벗으려고 힘을 주다가 한쪽 신이 미끄러지면서 마룻바닥에 구른 것이다. ‘아차, 정치인이 깼으면 이건 큰일인데…’걱정을 하며 나머지 한쪽 신은 두 손으로 조심조심 벗겨냈다. 그리고 발끝으로 침대까지 걸어가 자리에 누었다.

 

두어시간쯤 지난후 세일즈맨은 요란하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문을 열어보니 정치인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서 있었다. 놀란 세일즈맨에게 정치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선생, 도대체 나머지 한쪽 신은 언제 벗을 거요. 한 발만 벗어던지고 다른 쪽은 벗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단 말입니다.”

 

정말 같은 이 삽화는 물론 정치인을 조롱하고 비웃으려 만든 얘기다. 작가는 여기에서 정치인을 불필요한 걱정에 사로잡힌 별종 인간으로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나는 이 이야기를 원전과 달리 해석하고 싶다. 적어도 내마음속엔 나머지 구두 한짝을 벗어던지는 소리를 듣고 잠을 잘 수 있는 정치인이 진정 정치꾼이 아닌 참된 정치가라는 생각이 있다. 국민들의 소리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예민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월수입이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저생계비 105만원에 못미치는 극빈자 가구 수가 7%에 달하고, 결식아동 수가 10만명에 이른다는 최근의 통계를 보았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하고, 휴대전화 보급률 세계 1위의 첨단국가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장사 못하겠다고 솥단지를 던지고 생활고를 비관하며 동반자살을 했다. 빈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잔뜩 허리띠를 졸라맸던 서민들은 경제부터 살리라는 아우성이다.

 

그래선가, ‘방학’ 맞은 국회의원들의 외국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달 한달동안 23개팀 100여명이 이미 외국에 나갔거나 출국할 예정이다. 일부는 부부동반 출장으로 , 혹은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 눈총을 받고 있다. 여야의 대결과 상쟁(相爭)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탄식과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그들이 과연 진정으로 국민을 걱정하는지 의심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민심에 더없이 신경을 쓰는 정치인, 나머지 한쪽 신은 언제 벗느냐고 묻는 정치가를 기대하고 있다.

 

최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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