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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집 발표한 부활…슬픔을 이기는 화이트를 노래하다

김태원, 이번 앨범 위해 라이브 카페 싱어 출신 25세 정동하 보컬로 영입

5인조 록 밴드 부활은 블랙에서 시작했다. 1987년 발표된 2집 ‘회상 1’은 완벽한 블랙을 보여준다. 그 블랙에 화이트를 한 방울씩 섞어온 것이 부활의 20년 역사다. 화이트를 더하면서 부활은 그레이로 나갔다. 어둡지만 어둡지 않고,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부활의 음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장발에 선글라스,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부활의 리더 김태원(41)은 슬픔을 이기는 화이트에 대해 얘기했다. “슬픔에 빠지고 나면 대책이 없다. 화이트를 한 방울 섞으면 슬픔을 조금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1994년 나온 노래 ‘사랑할수록’(1994년)은 화이트의 힘을 보여준다. 이 노래는 보컬이었던 이승철의 탈퇴로 팀이 해체 위기를 겪던 1987년부터 1993년을 통과한 후에 나온 것으로,어둡기만 했던 부활의 이미지를 애상적 낭만주의로 바꿔주며 부활의 부활을 알렸다.

 

부활의 화이트는 대중들에게는 ‘한국적 록’이라며 찬사를 받았지만,록 순수주의자들에 의해서는 부활의 오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김태원은 “수많은 질타가 있었다. 록 그룹이 어떻게 그런 노래를 하느냐고.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노래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 남았다. ‘희야’ ‘사랑할수록’ ‘론리 나이트(Lonely Night)’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등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은 늘 1번 트랙이었다. 1번 트랙은 사실 미끼곡이었고 2번 이후의 노래야말로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는데 사람들은 1번 외에는 들어주지 않았다.”

 

6일 시중에 나온 부활의 열 번째 앨범 ‘서정’은 그레이를 흰색으로 바꿀만큼 부활의 화이트가 짙어진 앨범이다. 수록된 12곡 전체가 부활 특유의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들이다. 타이틀곡 ‘추억이면’과 ‘슬픔을 이기는 기도’는 느리지만 덥지 않고,슬프지만 어둡지 않은 부활 음악의 결산처럼 들린다. 마지막 곡 ‘희망에게’는 ‘아버지를 위해’라는 부제가 붙은 노래로 끔찍한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위해서 희망에게 구원을 청하는 소년적 감수성이 빛난다. 영화배우 조승우와 랩퍼 조PD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작은 너에게’와 ‘회상 3’도 인기를 예감케 한다. 김태원은 “느린 노래로 앨범 한 장을 다 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20년간 우리를 사랑해준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다.

 

부활은 이번 앨범을 위해 25세의 미소년 정동하를 보컬로 영입했다. 김태원이 “박완규의 저음과 이승철의 고음을 섞어놓은 보이스 컬러”라고 설명하는 정동하는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다가 지난 1월 합류했다. 정동하는 “부활은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라면서 “예전에는 좀 느끼하게 노래를 불렀는데 부활과 함께 하면서 목소리가 담백해졌다”고 말했다.

 

아무리 화이트가 짙어졌다고 해도 부활의 음악은 늘 슬픔 위에서 색칠된다. 그것은 스물 한 살에 부활을 만들어 ‘사랑과 평화’ ‘시나위’와 함께 국내 최장수 밴드의 역사를 쓰고 있는 김태원의 근원적인 슬픔과 관련 있다. 그는 지금도 10대 소년기의 추억과 감정에 사로잡혀 곡을 쓰며,소년의 눈으로 자신의 현실을 연민하는,미성숙한 성인이자 콤플렉스 덩어리다. 김태원에게 기타는 블랙의 세상을 견디는 화이트 한 방울이다. 그래서 김태원의 기타가 주도하는 부활의 음악은 슬픔을 위로하는 화이트 한 방울이 된다.

 

정돈돼 있는 것은 아니되,때론 지나치게 산만하게 흐르고,심지어 말을 하다가 중간에 주제를 잊어버리는 일까지 있었지만,김태원은 일관되게 삶과 음악을 같은 단어처럼 얘기했다. 음악이 삶을 구원하고,삶이 또 음악을 낳는 그런 가수를 만난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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