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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주성영의원과 '폭소클럽'

김관춘 사회부장

얼마전 국회에 '폭소클럽'이라는 것이 생겼다. 테레비 프로그램처럼 개그를 하자는 모임이 아니다. 폭탄주를 소탕하자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이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주도한 가운데 여야 의원 43명이 참여했다. 박 의원은 "건전한 음주, 깨끗한 정치,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 폭소클럽을 출범하게 됐다"고 출범배경을 밝혔다. 그런데 이 모임에 참여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요즘 지역구인 대구의 한 호텔 술집에서 빚어진 일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감중인 주 의원이 검사들과 술자리를 갖다 술집 여주인에게 욕설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본인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을 하지만 어찌됐든 이 문제는 부적절하게 처신을 한 주 의원의 업보다.

 

주 의원은 검사시설 전주에서 근무를 한적이 있어 도민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검사능력이 뛰어나서 알려진게 아니고 술자리에서의 실수때문에 유명세를 탔다. 구 도청사 앞의 한 한정식집에서 유종근 전 지사 일행과 회식을 하다 당시 유 지사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영석씨 헤드를 술병으로 내리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문책을 받아 충남의 한 지청으로 쫒겨났던 주 의원은 이후 몇년만에 법복을 벗고 나와 고향인 대구에서 국회의원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검사시절 음주운전 경력까지 갖고 있던 주 의원이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걸 보면 그는 분명 불굴의 정신력을 가진 의지의 한국인이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 그가 또 다시 술때문에 구설수를 타고 있다.

 

사실 술의 탈일상적 기능을 감안하면 사람 사는 세상에 술이 없을 수는 없겠다. 하지만 우리는 마셔도 너무 많이 마신다. 주변 식당이나 술집에 흔히 걸린 액자중 하나가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말씀이다. 이 구절은 읽기에 따라 딱 한잔에서 시작되어 각 일병을 거친 다음 무한궤도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음주벽에 절묘하게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잉음주는 비단 개인의 건강훼손이나 사회경제적 손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리현상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우리나라를 만취사회로 만드는데 톡톡히 일조하고 있는 폭탄주를 보자. 폭탄주는 한국적 조직문화의 특성을 웅변한다. 그것은 은밀한 거래와 내부적 단합을 탁월하게 유도하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폐쇄적 연줄망 사회를 강화하고 모든 집단의 조폭화를 재촉한다. 폭탄주는 또 우리사회의 권위주의 문화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술자리의 좌장이 행사하는 이른바 제조권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무차별로 적용되는 일인일잔 순배원칙은 사실상 폭탄보다 피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노동의 일부 혹은 연장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한다. 결국 술과 일의 반복 또는 일과 술의 혼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 자유와 해방을 더욱 더 질식시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달리 본격적인 절주운동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결성된 국회의원들의 폭소클럽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출범 직후에 발생한 한 회원(주 의원)의 실수가 이 모임의 진정성과 순수성을 훼손하고 말았다. 같은당 박희태 의원와 열린당 유인태 의원 처럼 ‘폭탄주 없는 세상은 재미가 없다’며 아예 가입을 하지 않았다면 누가 뭐라 그러겠는가. 이번 기회에 폭소클럽 회원을 새롭게 정비해 음주강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제대로 한번 그려졌으면 좋겠다. 술에 장사가 없듯이 술 잘 마시는 음주강국에도 미래는 없다.

 

김관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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