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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사라지는 학교들, 5년간의 소중한 기록

김판용 전주아중중 교감 사진전 30일까지 진안 계남정미소

김판용 교감. (desk@jjan.kr)

정읍 백암초등학교는 1955년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백암천 모래밭에 천막교실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후 주민들이 땅을 내고 건물을 지어 학교의 면모를 갖췄다. 1977년에는 700명이 넘게 다녔지만, 현재는 14명의 학생들이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다.

 

진안 연장초등학교의 모태는 1933년 천주교 한들성당 안에 들어선 해성사숙이라는 서당. 1971년에는 480명이 되는 대식구를 거느렸지만, 올 2월 재학생 10명으로는 버티기 어려워 문을 닫았다. 군산에서 76km 떨어져 있는 어청도초등학교는 1912년 일본인들에 의해 세워졌다. 1925년 정식학교가 됐으며, 이후에도 일본인이 20년이나 교장으로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는 학교들…. 농촌의 화석처럼 남아있는 폐교들이 간직한 아련한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김판용 전주아중중 교감(49)의 사진전 '시간의 향기, 학교'. 이미 폐교된 학교나 폐교될 위기에 처한 18개 학교의 풍경이 담긴 이번 사진전은 학교에 대한 기록이다.

 

"과거 학교가 처음 세dnj질 때를 보면 국가에서 해준 건 거의 없습니다. 주민들이 자녀들 교육을 위해 땅도 내고 쌀도 내며 눈물나게 세운 것이죠. 그런데 교육청에 있을 때 보니 학교는 자꾸 없어지는데, 그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지난해까지 6년 반 동안을 전라북도교육청 공보담당연구사로 일하며 학교가 폐교되는 상황이나 그 과정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고 원고지 10장 분량으로 학교 역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꼬박 5년 동안 그의 렌즈 속에는 70개의 학교가 담겼다.

 

"학교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학교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학교는 사회를 보는 창이자 문화의 탯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직시하는 것은 지역의 역사와 교육사와도 맞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사를 파악하는 길이죠."

 

전시에 나온 사진 대부분은 폐교 직전 학교 전경이 보이는 곳에 아이들을 세워놓고 찍은 것들. 숨겨진 역사가 무궁무진한 학교를 건조하게 건물만 덩그라니 찍어놓을 수는 없었다. 김씨는 "아름답기 보다는 위태롭고 안쓰러운 모습들"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 김지연씨가 기획한 '시간의 향기' 두번째 전시. 30일까지 진안 계남정미소에서 계속되며, 8월 전주 봄갤러리로 이어질 예정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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