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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과 활의 아름다운 소리, 사람들 알아줬으면…"

정읍'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퓨전예술공연' 무대에서 만난 톱 연주가 안완식 할아버지

톱 연주가 안완식 할아버지가 인터뷰도중 곡을 선보이고 있다. (desk@jjan.kr)

지난 30일 오후 6시 정읍천변 어린이축구장. 갈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까만 짐가방을 끌고 나타났다. 노신사는 짐가방에서 120㎝ 가량의 톱과 바이올린 활대, 낮은 의자를 꺼냈다. 그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퓨전예술공연'에 오르기 전 톱을 점검했다.

 

"끼잉 끼잉 끼잉"

 

그는 톱의 손잡이를 다리 사이에 끼고 구부리면서 활대를 문질러 소리를 냈다. 정읍에 사는 톱 연주가 안완식씨(75)에게 톱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할아버지는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했다. 자영업을 하면서 짜투리 시간에 공예품도 만들고 바이올린, 아코디언, 기타까지 두루 익혔다. 20여 년 전 그는 가구를 만들다 칼로 오른쪽 손목을 벴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악기 연주는 어려워졌다. "낙이 없어진"그는 그때부터 강철 톱을 개량해 연주를 시작했다.

 

"첨엔 다들 구신(귀신) 소리 난다고 싫어했어. 가족들도 피하고…."

 

톱 연주가로 '2011 대한민국 신지식인', '2011 한국을 빛낸 사람들(음악 발전 공로)' 등에 선정되기까지 누구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쓰는 톱은 나무 자르는 톱이 아니다. 그는 "미군부대에서 쓰던 강철 톱을 구해와 만든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고 무뎌지는 게 단점"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수십 여개의 톱을 직접 제작해야만 했다.

 

톱 연주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음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 못하는 곡은 없다"면서 "음을 정확히 식별하는 귀가 중요하다"고 했다. 톱의 끝을 많이 구부리면 높은 소리가, 펴면 낮은 소리가 난다. 한 음정에서 다른 음정으로 넘어갈 때 미끄러지듯 켜면서 폭이 넓은 비브라토(vibrato·음을 상하로 가늘게 떨어 울리게 하는 기법)가 덧붙여진다. 그는 이날 '차라리 꿈이라면', '허공' 등을 애처로우면서도 깊은 소리로 연주해 시민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스승도, 악보도 없어 독학으로 톱 연주를 깨친 그는 새로운 주법(활대법)과 리듬을 찾아 톱이 갖는 음색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매일 매일 도전한다고 했다.

 

"올해 상복이 터졌는지 이곳 저곳에서 상을 주니 고마운데, 톱 연주를 끝까지 배우겠다는 사람은 없네. 이렇게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톱 연주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야."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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