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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인돌과 노동요 - 전북 국악이 걸어온 길, 유물과 유적에서 찾다

거석 운반 협동과정서 자연적으로 ‘영~차’ 희노애락 즐겼던 선조들 지혜 엿볼 수 있어

▲ 고창 고인돌 유적지

국악의 본고장으로 지칭되는 전북국악은 우리 역사속의 국악문화와 궤를 같이한다. 지금까지 전북국악은 판소리와 산조, 민요와 농악을 통해 민중의 문화를 대변하고 한국 국악사의 중심부에 서있었다. 전북이 ‘국악의 본향’ 또는 ‘전통문화의 산실’로 자리매김 한 배경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통음악이 악곡 중심이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북의 국악이 걸어온 길을 유물과 유적에서 찾아볼 수는 없을까. 한 점의 유물과 한 지역의 역사유적은 수많은 사연이 담겨져 있는 실타래와 같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제각기 펼쳐졌던 유물과 유적은 그 시대의 이야기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전북의 유적, 유물이 비쳐진 사료들은 기록학적인 성격이 강하여 당대의 음악문화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물, 유적의 자료를 통해 전북국악의 역사를 확보하는 작업은 그만큼 소중하다. 이 분야 전문연구자인 황미연 전북문화재 전문위원이 매주 한 차례 ‘유물·유적으로 만나는 전북의 국악사’를 시작한다. 이 연재물은 지역의 유물·유적을 통해 전북국악의 깊이와 넓이를 보다 깊고 넓혀줄 것이다. 역사학 전공의 황 위원은 전북지역의 전통음악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선사시대 돌무덤의 하나인 고인돌은 지석묘라고도 한다. 큰 돌을 받치고 있는 괸돌 또는 고임돌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학계에 보고되어 있다. 고인돌을 축조하려면 거대한 바위를 채석, 운반해야 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수 톤 내지는 수 십 톤에 이르는 거석을 채석하고 운반하는 데는 오랜 기간과 대규모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즉 고인돌은 벼농사를 위시한 농경사회, 일정한 영역권이 형성된 정착생활, 혈연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집단의 의례 행위로서 축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집단 노동요가 필수적으로 불러졌을 것이다. 고인돌 축조는 많은 사람의 노동력 동원을 필요로 하는데, 협동과 단결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통일된 행위의 협동 과정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영-차’와 같은 구호이며, 이것이 지속될 때, 마침내 노동요가 형성된다. 이 때 노동요는 공동체 사회의 힘의 결집과 협동 단결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4만여기 이상의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고인돌의 제작과정에서 노동요가 사용되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로 1988년 KBS 역사스페셜 ‘한반도 고인돌왕국의 수수께끼’란 프로에서 고인돌 축조 실험이 이루어졌는데, 동원된 인원이 73명이며, 이들이 고인돌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노동력의 응집을 위해 자연히 노동요가 불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인돌은 무덤의 축조과정 중 장송의례의 한 단면도 보여준다. 장송의례는 죽은 이에 대한 애도의 표현, 시신의 처리법과 매장법, 부장품의 매장 풍습, 제의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고인돌을 축조한 청동기시대에는 고인돌의 축조과정이나 장송의례에서 상부상조의 공동작업 방식을 통해 동원된 인력들을 하나의 힘으로 모으기 위해 노동요가 필수적이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 시기에 집단 노동요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전북은 고인돌이 한반도에서 장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고창 고인돌군은 세계문화유산 997호로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다. 약 1,680여 기에 달하는 고창 고인돌과 용담댐 주변의 고인돌을 포함해 전북에 약 3.000기가 있으며, 이 고인돌이 해안과 내륙을 이어주는 주요 교통로에 밀집되어 나타나는 거석문화의 보고이다. 따라서 노동요의 잔영이 남아있는 평등사회의 대표적 유물인 고인돌은 전북의 뿌리깊은 국악 역사를 만나게 해준다.

 

선사시대부터 노동요를 통해 삶의 일부를 희노애락을 즐겼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유물, 유적이 바로 고인돌이다.

▲ 황미연 (한별고 교사·전북문화재전문위원)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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