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간 '느리게 바르게 기쁘게' 동행…240㎞ 구도 길 "자신과 만남의 시간…"순례 참여층 폭넓지 않았다"지적도"
지난 10일 오후 4시 전주 치명자산 앞에서 열린 순례 한마당. 불교계를 대표하는 비구니 성악가 정율 스님이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부르자 기도를 하러 들른 천주교 신자도,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모두 스님의 목소리에 이끌려 자리에 앉고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숨을 죽였다. 한 곡 한 곡 마칠 때마다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종교는 달라도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순례대회의 지향점을 드러낸 의미있는 자리였다.
세계순례대회 조직위원회·한국순례문화연구원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이어간 '2012 세계순례대회'는 모든 종교가 만나는 길이자, 진실된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주최측이 밝힌 세계순례대회를 방문한 이들은 1만 여 명. 4개 종단이 어우러진 9개 코스로 발굴한 '아름다운 순례길'(전주~완주~김제~익산·240㎞)과 각 종교 거점지를 특색 있게 드러낸 퍼포먼스는 9박10일 간의 순례 여정을 의미 있게 갈무리하도록 도움을 줬다. 그 결과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를 내건 이번 순례대회는 모두에게 의미있는 길을 선물했다.
고원선 원불교 전북교구장·이병호 천주교 전주교구장·원행 김제 금산사 주지에겐 종교의 경계를 허물고 조우하는 만남의 길이었다. 게으른 록커 김태원(그룹 부활 대표)씨는 난생 처음 5㎞ 남짓한 '아름다운 순례길'을 걷고 "자신과 대화를 나눴고", 김완주 지사는 "갓 태어난 손자와 매주 보러가는, 가까운 미래에 함께 걷는 길이자 못다 이룬 일을 갈무리하겠다는 '완주길'"이 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개인은 물론 전국국어교사모임과 카페'아름다운 도보 여행' 등 단체 순례객 3000여 명이 다녀가 하루 평균 3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20~25㎞를 걷는 강행군을 이겨낸 이들은 그러나 20명. 특히 최연소 완주자 이진용 군(전주초 4)이나 청소년 완주자 김선우 양(전주 성심여중 3)은 '느바기'(느리게 바르게 기쁘게)가 새겨진 완주증을 받은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500인 분의 음식을 준비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했을 만큼 순례객들은 주최측이 예상한 것보다는 적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조직위원회와 한국순례문화연구원이 가톨릭 신자 위주로 구성 돼 순례대회 참여층이 폭넓지 않았다는 일각의 불만은 순례객이 얼마나 방문했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북의 종교문화자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4대 종단을 아우르는 방향의 길을 재정비하고 프로그램으로 잇는 노력과 함께 전북의 종교문화콘텐츠를 도민들이 인식하고 참여하는 민중 운동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요구는 그런 맥락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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