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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전주 삼천동 동성공방】"대대로 만든 부채, 인생의 전부"

도무형문화재 김동식 선생, 140년 가업 이어

▲ 140년 부채 명가의 후손으로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도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김동식 선생이 합죽선을 만들고 있다.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아요. 온 가족이 대대로 부채 만드는 일에 평생을 바쳤으니 그야말로 부채가 인생 전부인 셈이죠. "

 

전주를 대표하는 합죽선. 이름 그대로 대나무를 이어 만든 합죽선은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명성이 높았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김동식(70) 선생은 140년 부채 명가의 4대 전수자다.

 

140년의 세월은 외조부의 기억에 의존해서 계산된 것일 뿐 그 이상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4대째 가업으로 부채를 만들어 온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 부채는 전통의 역사 그 자체다.

 

전주시 삼천동 580-3번지에 있는 동성공방 역시'동쪽에서 뜻을 이루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의 외가는 140년간 부채를 만들어 온 부채 명가다. 외증조부인 故 라경옥 옹 때부터 부채를 만들기 시작한 그의 외가는 당시 완주군 용진면 산정리 석소마을로 터를 옮긴 후 쭉 전통을 이어 왔다.

 

외조부인 2대 故 라학천 선생 역시 고종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합죽선 명인이었다고 한다.

 

그 기술은 3대인 라오복, 라이선, 라태순, 라정옥, 그리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라태용 선생에게 이어졌다. 김 명인 역시 14살 때부터 외삼촌들에게 부채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그는 140~150가지의 공정을 오로지 수작업으로 한다. 벼락을 맞은 대추나무나 상아, 민어 부레로 만든 풀을 쓰다 보니 2~3일이 걸려야 하나가 완성된다. '좋지 않은 부채는 제작도 안 한다'는 신념으로 만들다 보니 들어가는 부품도 고가다. 부챗살부터 부채 등까지 모든 재료를 산지에서 공수한다. 최소 5만원에서 25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인기다.

 

그동안 김 명인이 만들어 낸 부채는 종류도 다양하다. 왕실에 진상하던 50접천선과 윤선을 비롯해 한치의 칠에 따라 달라지는 황침선, 옻침선 등이다.

 

그는 "요즘은 부채가 흔해졌지만, 부채라고 다 같은 부채가 아니다"라며 "전통과 장인 정신이 담긴 부채를 만들다 보니 자부심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부채 만드는 일이 사양길로 접어들던 어느 해엔 가세가 기울어 '두 번 다시 부채를 잡지 않겠노라' 다짐하기도 했다는 그. 그러나 백 년 이상을 이어온 전통을 포기하기가 쉽지 많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돈 안 된다고 아무도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며 "어려운 시절, 남모르게 지원해준 주위 사람들 덕분으로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들 김대성(38)씨와 1년 전 들어온 문하생 정회윤(33)씨가 부채의 맥을 이어 가기 위해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

 

김 명인은 '사는 동안 전통 기술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해마다 아카데미도 열고 있다.

 

그가 블로그를 통해 기록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대신 팔아주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 알음알음 인터넷에서 주문이 오기도 한단다.

 

그의 소망은 우리 부채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것 하나뿐이다. 그는 우리 전통을 올곧게 지켜나갈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나도록 현실적인 여건이 조금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

 

김 명인은 "부채는 몇 개를 만드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내가 만드는 부채 바람을 타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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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네 nane0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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