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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송화양조】백일 정성 술…솔잎 깊은 향 그윽

전통식품 명인 1호 벽암 스님이 빚은 법주 / 전통 보존·계승 위한 정부 정책 마련 필요

▲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1호 벽암 스님이 전통 방식으로 송화백일주를 제조하고 있다.

"기록에 있는 것으로만 따지면 진묵대사님이 수왕사를 정유재란 때 중건하고 송화백일주를 만들었습니다. 송화백일주의 역사를 따져보면 최소 400여 년 이상이죠. 닫힌 기(氣)를 다스리게 하는 송화백일주 한 모금이 곧 정신문화였지요. "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1호 벽암(碧岩) 스님이 빚어내는 '천 년 신비의 사찰 법주'로 알려진 송화백일주.

 

그 향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는 수백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애초 송화백일주는 스님들이 고산병을 없애려 마시던 곡차였다. 모악산 해발 800m 수왕사에서 참선을 하던 수도승들은 기압차이에 의한 고산병을 치유하려고 지천으로 널린 소나무 꽃을 이용해 곡차를 만들어 마셨다.

 

이런 기록은 신라 진덕여왕 때 부설거사 도반승인 영희(靈熙)와 영조(靈照)가 수도에 정진하고 헤어지면서 회포를 달래기 위해 송화 곡차를 마셨다는 불교사화집에서 입증된다.

 

송화가루와 솔잎의 깊은 향에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 등의 재료를 더한 송화백일주는 100일 이상 저온 숙성해 황금색을 띤다. 뒤끝이 깨끗하고 잔향의 여운이 은은해 맛보려는 사람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화백일주는 수왕사 주지들에게만 일인 단맥으로 전해져 온 덕분에 일제 강점 문화말살기와 밀주 단속이 심했던 때에도 맥이 끓기지 않았다. 벽암 스님(조영귀·64) 역시 모악산 수왕사 주지이면서 송화백일주 12대 전승기능보유자다.

 

벽암 스님은 12세에 김제 흥복사로 출가, 15세 때부터 수왕사에서 송화백일주·송죽오곡주 만드는 법을 배웠다. 1960년부터 수왕사에서 법력을 키워온 스님이 사찰 법주를 대중화시킨 것은 1992년부터다.

 

사찰 법주 역사를 후대까지 전하기 위해 1990년 송화양조사를 세웠다. 4년 후인 1994년 8월엔 벽암 스님이 민속주 명인 제1호로 지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1998년에는 민속주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만큼 송화백일주가 명주로서 진가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벽암 스님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벽암 스님은"사실 송화백일주 제조작업이 힘든데다가 돈이 되지 않는다"며"그럼에도 일을 해 오고 있는 것은 우리 전통문화를 어떻게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선조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은 가족들이 함께 꾸려가고는 있지만 사실 힘이 부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벽암 스님은"명인이 기업화에 나서면 명주의 의미도 훼손된다는 게 보편적인 생각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명인으로 지정만 해놓고 지원이 미비한 정부 정책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명인이 장사꾼으로 남지 않고 전통을 보존·계승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문화의 한 장으로 끌고 가야 후대에서도 잊히지 않는다는 스님의 생각은 후계자 조의주 씨(40)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가족이기도 한 조씨는 이런 이유로 송화백일주의 비법을 전수받고 있기도 하지만 콘텐츠를 살려내려는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전해져 내려온 사료들을 정리하고 그 제조 과정을 살려낸 대한민국식품명인1호 송화백일주 이야기 팸플릿을 만들어 기록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벽암 스님은 "송화백일주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 빚어낸 술"이라며 "앞으로도 송화백일주에 담긴 선조의 정신문화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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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네 nane0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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