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여전히 좋은 소통 수단 요즘은 이메일·카톡 등 대세 / 갖고만 있지 말고 당장 보내자 그러면 인연 두둑해지고 그만큼 삶도 풍요로워질 것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가장 가까운 곳에 가족이 있다. 친구도 있고, 직장 동료와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들과 차를 마시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한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것도 대개는 누군가와 함께다. 그들 안에 내가 있고, 그들 또한 내 안에 있다. 그게 삶이다. 나 아닌 누군가하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 그런 가운데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보람을 느끼며 즐거움을 찾는 것이 우리네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모든 소통은 자기표현으로 시작된다. 이 '자기표현'은 사람이 갖고 있는 본능 중 하나다. 실제로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한다. 예술 장르와 같이 고도로 정제된 자기표현의 방법도 물론 있다. 화가, 작곡가, 가수, 연출자, 건축가는 그 분야의 양식에 맞는 작품을 창작하고 그걸 발표함으로써 많은 이들과 소통한다. 이런 소통이야말로 우리들 각자의 삶을 결정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걸 전달하는 수단이 최근 들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엽서나 편지의 자리를 카톡, 문자메시지 등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카톡·문자메시지
내일(23일) 저녁 여섯시
'꽃마름'(290-1322)에서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의
꽃다운 만남이 있습니다.
후딱 내일이었음 좋겠죠,
그쵸?
흔히 주고받는 문자메시지 중 하나다. 짧은 두 문장으로 전하려는 말을 다 하고 있다. 전화번호를 덧붙여서 모임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돋보인다. 식당 이름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꽃다운 만남'은 단어를 적절히 활용하는 재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애교 섞인 마무리가 고명처럼 깜찍한데, '꼭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것보다는 감칠맛이 더하다. 문자메시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가까운 이와의 친교활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날 엄마에게 심통을 부린 것도 어렵지 않게 사과할 수 있다.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수도 있다.
교수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십니다.
엉? 넌 누구지?
방금 교수님 강의를 듣고 나온 학생입니다. ∧∧
그래? 아무튼 고맙다.
예, 교수님. 남은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고맙다. 근데 너는 무슨 과 누구지?
저어.... 경영학과 서우석이라고 합니다. ㅎㅎ
그래 우석이, 너도 열심히 공부해라.
꾸벅.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대충 짐작이 가는 대화일 것이다. 학생은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으로 자신이 수강하고 있는 교과목 담당교수와 즉석에서 소통을 시도했고, 교수 또한 학생과의 소통에 기꺼이 응한 모습이다. 이 또한 정겹지 않은가.
다소 뜬금없기는 해도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고 기분이 상할 교수가 있을까.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은 끝까지 추적해서 혼쭐을 내거나 학점에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씩씩대는 교수라면 그는 강의를 마친 뒤 연구실로 곧장 가지 말고 가까운 매장에 들러서 스마트폰을 반납하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자신이 즉흥적으로 보낸 메시지에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화답해 준 교수에게 학생은 평소보다 더 큰 호감이 생길 것이다. 이런 문자메시지 대화를 계기로 어쩌면 두 사람은 평생을 두고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서든 쓰는 편지
글쓰기를 통한 타인과의 소통은 그 대상을 제한된 인원으로 미리 정하고 쓰는 것과,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런 구분은 글의 특정한 양식과 직접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이 쓴 글을 전달하는 매체에 따라 소통하려는 대상이나 범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소통하려는 대상을 미리 지정하고 쓰는 대표적인 글이 편지다. 지금 40대 후반 이상의 연령대에 있는 이들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던 젊은날의 추억을 적어도 하나쯤은 갖고 있으리라.
연애편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듬뿍 실어야 하는 글일수록 깊은 밤에 썼다. 편지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도 썼고, 은사님께도 써서 보냈다. 군대에 가 있는 친구나 선후배에게도 편지를 썼다. 초등학교 때는 '국군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통신수단이 오늘날처럼 다양하고 빠르게 발달하기 전의 이야기다. 요즘에는 편지든 엽서든 펜을 쥐고 종이에 직접 쓰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그렇긴 해도 펜으로 쓴 편지나 엽서는 그걸 받아서 읽는 이의 마음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용한 소통수단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그 편지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바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다. 특히 스마트폰은 과거의 휴대전화와 달리 컴퓨터 이메일 기능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소통 수단으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우리는 목소리 대화나 문자메시지를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길든 짧든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 메시지 기능을 자주 이용한다. 그런 문자로 우리는 친한 친구나 가족들하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통신요금을 별도로 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심지어는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편지쓰기도 가능하다. 학교나 직장을 오가는 버스나 전철 안에서든, 커피숍에서든, 술집에서든 조금만 짬을 내면 얼마든지 편지를 써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에게 보낼 수 있다. 제 아무리 긴 편지도 다 쓸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스마트폰 안에는 펜도 있고 편지지도 들어 있다. 다 쓴 편지를 접어서 담을 수 있는 편지봉투도 있고, 겉봉을 붙일 수 있는 풀도 있고, 우표도 있다. 대부분의 주소는 열한 자리 숫자로 이미 입력이 되어 있어서 그걸 골라 선택만 하면 끝이다. 우표 값은 봉투 편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물론 다 쓴 편지는 통신회사에서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전달해준다.
이메일은 문자메시지보다 과거에 펜으로 직접 썼던 편지에 더 가깝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은 실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한두 마디씩 말을 나눠 쓴다. 하지만 이메일은 엽서나 편지 형식을 띠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주어진 여건이 아니고 쓰고자 하는 마음, 즉 생활화된 글쓰기 습관일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아무리 그런 여건이 주어져도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자주 써서 누군가에게 보내야 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자, 이제는 각자 주머니에 들어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시작 버튼을 누르자. 게임의 유혹은 잠시 접어두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이메일을 쓰든, 노란색 〈카카오톡〉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누르든, 〈페이스북〉을 열고 들어가든 그건 당신 마음대로 하면 된다. 그런 다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에게 편지를 쓰든지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그런 소통이 그와의 거리를 한층 좁혀줄 것이다. 우리들 각자의 삶도 그만큼 풍성해질 것이다.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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