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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런던 K-뮤직 페스티벌] 판소리·인디·록·퓨전 밴드 한 자리에

소리꾼 남상일 '수궁가' 호응 / 영국 관객 기립박수 이어져

▲ ‘런던케이뮤직페스티벌’ 공연 모습.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국음악 페스티벌인 ‘런던케이뮤직페스티벌(London K-Music Festival)’을 소개한다. 이 페스티벌은 런던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2013년에 처음 개최했고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판소리’뿐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음악을 소개한다. 인디 밴드, 록 밴드, 퓨전 밴드까지 총 출동한다. 한국 대표 예술양식인 판소리꾼과 국악 아티스트는 라인업에 반드시 포함된다.

 

올해는 9월 한 달 동안 국악 듀오 숨[suːm], 보컬 트리오 바버렛츠, 록 밴드 노브레인, 월드뮤직 밴드 잠비나이 등 여러 팀이 축제 무대에 올랐다. 올해 판소리를 대표해 축제에 초청된 소리꾼은 남상일과 박애리였다. 팝핀현준과 전통 무용가 최지선, 아쟁 담당 배런과 고수 전계열도 무대에 섰다.

 

런던케이뮤직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워크숍’을 진행했다. 소리꾼 남상일은 소아스(SOAS) 대학교의 아프리카 연구원 키스 하워드(Keith Howard) 교수와 워크숍을 이끌어 나갔다. 하워드 교수가 ‘판소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소리꾼 남상일이 수궁가 중 별주부가 ‘하늘의 토끼를 만나게 해달라’고 비는 장면부터 토끼와의 만남까지의 대목을 들려줬다. 이어 관객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남상일은 워크숍 전날, 파리에서 수궁가 완창을 하고 런던에 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는데도 열정적으로 관객들에게 판소리를 소개했고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관객들은 매우 즐거워했고 활발한 토론도 진행됐다. 판소리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은 처음엔 생소해했지만 판소리를 가까이서 경험하면서 판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다음 날, 이들과 함께 나도 공연을 하게 됐다. 이 공연은 한국의 대명절인 ‘추석’을 기념해 영국의 관객들과 함께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을 짧게 불렀다. 공연이 진행됐던 카도간 홀(Cadogan Hall)은 관객 9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공연장으로, 그동안 섰던 무대 중 가장 큰 무대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유명 소리꾼인 남상일과 박애리와 함께 무대에 설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부족한 나를 지도해주면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했다.

 

남상일은 ‘수궁가’를 들려줬다. 박애리와 팝핀현준은 ‘공항의 이별’과 ‘흥보가’ 중 한 대목을, 최지선은 즉흥 춤과 태평무를 선보였다. 훌륭한 공연이라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이 공연의 좌석은 거의 매진됐고, 관객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영국에서 ‘기립박수’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닌데,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고 되레 내가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객들이 나를 찾아와서 “공연 잘 봤다”고 “ 앞으로도 판소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 반응하는 관객들을 보니 내가 오히려 더 감사했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나에게는 이렇게 큰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꿈만 같았는데, ‘판소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니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해 사람들에게 판소리를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를 보다 가까이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전문 소리꾼이 아닌 판소리 연구가다. 직접 ‘판소리’를 배우면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판소리를 배웠다. 그런데 운 좋게도 생각보다 더 많은 실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얻고 있다. 나는 전문 소리꾼은 될 수 없겠지만 ‘판소리’가 좋아 시작된 이 작은 일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를 좋아하게 되고 이 흥겨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이런 사명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 안나 예이츠 영국 런던대 한국음악연구 박사과정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2015.10.7~10.11)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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