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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춘향가'와 사랑의 도시] 실제로 있을 법한 낭만적 이야기 매력

영화·뮤지컬 등 다양한 형식 각색 / 광한루·오작교, 연인들 산책 코스

▲ ‘춘향가’의 배경 남원 오작교.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가 이끌어가는 전통적이고 독특한 문화예술이다. 소리꾼은 ‘노래’뿐 아니라 ‘이야기’와 함께 모든 인물의 역할을 도맡는다. 필자는 전주세계소리축제보다 이 전통적인 형식을 더 잘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춘향가’라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판소리와는 달리,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춘향가’를 제외한 다른 판소리의 줄거리는 모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심청가’에서는 여주인공이 아버지의 눈을 뜨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용왕에 의해 다시 살아난다. ‘흥보가’는 선하고, 악한 두 형제의 이야기인데, 결말에 박에서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수궁가’에서는 토끼와 거북이가 주인공이고, ‘적벽가’는 중국의 전쟁 이야기다.

 

춘향과 이몽룡 사이의 금지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춘향가’는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영어권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동의 레일라와 마즈눈, 인도 아대륙의 히르와 란자와 같은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과 달리 ‘춘향가’는 행복하게 결말을 맺는다. 흥미롭게도 ‘춘향가’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은 춘향과 몽룡의 행복한 만남이 아닌 옥에 갇혀 춘향이 내뱉는 비극적인 탄식이다.

 

나에게 ‘춘향가’는 숨도 못 쉴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었지만, 나의 통역이자 안내원이었던 젊은 친구는 전통 판소리가 고루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판소리를 더 인기 있는 형식으로 각색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20세기 초 판소리는 여러 소리꾼들에 의해 연기되는 극의 형식, 서양의 오페라와 같은 창극의 형태로 바뀌었고 최초로 각색된 작품이 바로 ‘춘향가’다. 이는 1903년 서울의 최초의 극장식 건물인 원각사에서 처음 공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2012년 소리축제에서 ‘레이디 춘향’이라 불리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춘향가’를 보았는데, 모든 등장인물이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었다.

 

또 ‘미소’라는 매우 인기 있는 뮤지컬 형식의 작품은 서울에서 몇 년간 공연됐다. 기존 판소리와는 달리 속도감 있고 빠른 전개를 보였으며 80분 남짓이었다. 이야기는 거의 춤으로 표현되었지만,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태형을 당할 때 춘향이 부른 반항적인 노래였다. “첫 번째 매질로도 나의 결연한 마음을 바꾸지 못할 것이며, 두 번째 매질로는 심지어 죽어서도 나는 두 주군을 섬길 수 없음을…” 나는 이 작품이 한국판 ‘레미제라블’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형식들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영화로 각색된 작품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춘향가’를 소재로 한 영화는 북한 영화 3편을 포함해 최소 16편에 이른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춘향’이다. 이 작품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판소리 노래와 가사를 직접 사용했다는 점이다. 임 감독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영화 ‘서편제’를 찍었고, 놀랍게도 이 영화는 1993년 한국영화의 흥행기록을 깨기도 했다.

 

그러나 ‘춘향가’에 대한 다른 놀랄만한 점은 그 배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랑의 도시’ 남원은 전주에서 불과 50㎞ 거리에 있다. 통역 친구와 함께 남원에 가보니, 이태리의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 집인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보다 볼 것이 더 많았다.

 

광한루는 아마도 몽룡이 춘향을 보았을 때 서 있었던 곳일 것이다. 가까이에는 수로로 둘러싸인 어여쁜 정자가 있었는데, 달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오작교인데, 견우와 직녀를 위해 머리로 다리를 놓아주었던 까마귀와 까치를 상징한다.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인지 연인의 낭만적인 산책코스로 유명한 듯했다. 가까이엔 고색창연한 춘향의 사당도 있었다. 그 앞에는 ‘수궁가’를 연상시키는 듯한 토끼와 거북이가 그려져 있는데, 위대한 사랑이야기인 ‘춘향가’가 항상 승리하리라는 것을 아는 듯했다.

 

그렇다면, ‘춘향가’의 이야기는 진짜일까? 춘향과 몽룡은 실제 인물일까? 그게 문제가 될까?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노래가 말하듯이 ‘사랑은 모든 것을 바꾼다.’

▲ 사이먼 브로튼 영국 월드뮤직 매거진 송라인즈 편집장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2015.10.7~10.11)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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