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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귀뚜리 우는 밤

뒤돌아 가는 등이 쓸쓸해 보입니다. 내 눈에만 그런가요? 서리병아리처럼 풀 죽은 어깨가 축 늘어졌습니다. 지난여름은 견딜만했습니다. 열대야에 뒤척이며 잠 못 든 몇 밤이 있었으나 그럭저럭 살아냈습니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만 잠이 든 걸까요? 이미 짝을 만난 걸까요? 매미도 작년처럼 악을 쓰지 않습니다. 미끈유월 지나 어정칠월이라지요. 백중날 호미 씻어 걸어두고 어정거립니다. 꽃달임 한 번 못해도 봄 가고, 복달임 한 번 못해도 여름이 갑니다.

찔레꽃 피던 천변 풀숲에 귀뚜리 울음이 넘칩니다. 주둥이 비틀어진 모기 놈 내뺀 자리 꿰차고 앉아 톱질입니다. 장장 추야 긴긴밤 누구의 애간장 끊을 요량인지 슬근슬근 톱질입니다. 냇물 소리도 이미 어제의 것이 아닙니다. 가물가물 밤하늘의 별빛도 식어갑니다. 밀가루 팔러 나서면 바람 불고, 소금 팔러 나서면 비 온다는 세상사, 검은 밤 멀리 아파트 창문에 등불이 도란거립니다. 가을은 귀뚜리 등에 업혀서 온다지요. 처서, 텃밭에 파 씨를 묻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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