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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꽃살문

 

누군가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다음날 또 다음날, 검정비닐 봉투가 쌓여갔습니다. 길고양이들이 냄새를 찢어발겼습니다. 봄날 다 가도록 골목에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오랫동안 할머니 한 분이 두어 고랑 고추, 상추, 들깨 꽃을 피우시던 마음 밭에 쓰레기가 만발했습니다.

골목 어귀 꽃집 아가씨였습니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노래처럼 고왔습니다. 코설주 부러뜨리는 고약한 냄새가 그니 마음을 후려쳤을까요? 어느 날 끙끙 쓰레기 더미를 치웠습니다. 호미로 파고, 키 작은 팬지는 앞쪽에 키 큰 튤립은 뒤쪽에 파랑, 노랑, 하양 색칠을 했습니다. 댓 평 공터 아니 온 동네가 환해졌습니다. 이웃들도 활짝 피어났습니다. 꽃 앞에 누군가 고양이 밥을 두고 갔습니다.

손바닥 닳도록 빌러 오는 어두운 마음이, 두엄자리 같은 육신이, 한 백 년 환할 꽃을 새겼습니다. 내소사 대웅보전 부처님 빙그레 웃으시는 것도 활짝 핀 저 꽃살문 때문이라는 것을 압니다. 한 땀 한 땀 꽃 이파리를 피웠을 목공의 손바닥도 분명, 모란처럼 피어났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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