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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그림을 잘 그려야만 화가인가?

조르주 루오, '그리스도의 얼굴'
조르주 루오, '그리스도의 얼굴'

우선 ‘잘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그린다? 잘 만든다? 잘 꾸민다?’에서 ‘잘’이라는 것은 기능인가 개념인가? 이런 것들을 수학 문제처럼 확실하게 갈라서 말할 순 없다. 그림을 딱 잘라 정의할 수 있을까? 미술은 인문학의 기초이며 자름 길이다. 그리고 인문학이란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고 그에 기초하여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실천적 행위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기에 다들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려는 것이리라.

그림이 무엇이더냐는 김홍도의 질문에 신윤복이 답한다. ‘그림은 그리움입니다. 그리워서 그리고, 그리고 나니 또다시 그리워지는 것입니다’라 답하지만, 이것 또한 그의 의견일 뿐이다. 마음을 그린다는 말도, 마음에 그린다는 말도 모두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반공·승공·멸공의 시대에 북한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렸던 윤이상 재독 음악가의 회상에 의하면 북한 교향악단을 지휘하려는데 연주가들의 기계처럼 정확한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교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한다. 기원전 이집트 미술처럼 획일적인 양식만을 요구한다면, 감상자들에게도 보고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통제한다면 미술이 인본주의라거나 인문학의 지름길이라 말할 수는 없다.

추(醜)함이 미술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도 벌써 오래되었지만 본래 아름다움이 미술의 본질이었다 하자. 아름다움은 아름이 ‘앎‘이라 하여 한문 지(知)로 환원시켜 많이 알고 깨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아름을 한 아름, 두 아름으로 해석하여 아름을 ’내 것’으로 풀이하여 아름을 내 것다움을 개성(個性)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화가가 그림만 잘 그리면 되지 어떤 이론? 책은 왜 읽어?’에서 ‘잘’은 기능이다. 즉 닮게 그리는 기능, 그 많은 기능 중에 오직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화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 전에 없던 새로움을 창조하고 발전시키고 융성하게 만든 사람이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감각하고, 감동하고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새해부터 이승우 화백의 미술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이 화백은 중국 청도·서울·전주·익산·군산·고흥에서 개인전 32회를 했고, 저서는 <미술을 찾아서> , <현대미술의 감상과 이해> , <아동미술> , <색채학> 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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