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예술공장서 ‘크리스 조던’ 사진작품, 영상 전시
관람객들 멀리서·가까이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관람
인류세의 소비문화 목도…관객들 ‘생태적인 삶’ 고민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중략)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 검정 지빠귀, 산비둘기, 어치, 굴뚝새 등 여러 새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판과 숲과 습지에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일부)
봄이 왔는데,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지 않는다. 미국의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은 1962년 <침묵의 봄> 을 통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에 미치는 비극을 경고했다. 식물을 죽이기 위해 뿌린 살충제는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 나아가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우린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침묵의>
환경학의 고전인 <침묵의 봄> 이 나온 지 59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린 달라졌을까? 침묵의>
다음 달 11일까지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크리스 조던’의 전시회 ‘아름다움 너머’는 예술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크리스 조던 전시는 제대로 알고 보면, 더 좋다. 이를 위한 두 가지 팁을 공유한다. 첫째 멀리에서 보고, 가까이에서 본다. 둘째 휴대전화 카메라로 확대해본다. 그러면 멀리에선 예술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선 그 배면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품 ‘고래’(2011)는 멀리에서 보면 푸른 바다를 누비는 혹등고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5만 개의 비닐봉지다. 이 숫자는 전 세계 해양 1평방 마일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의 예상 숫자와 같다고 한다.
이밖에 ‘공룡의 귀환’(2011)은 10초마다 세계에서 사용되는 비닐봉지의 수 24만개, ‘침묵의 봄’(2014)은 매일 미국에서 농약으로 죽는 새의 수 18만3000마리로 묘사된 작품이다. ‘석탄’(2018) 역시 석탄 240만개로 표현했다. 이 숫자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1초마다 대기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예상 파운드 수이다. 특히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크리스 조던이 인간으로부터 3000㎞ 떨어진 태평양 미드웨이 섬에서 발견한 새 ‘알바트로스’는 뱃속 가득 페트병 뚜껑과 비닐, 라이터, 빨대 등을 품고 있다.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나는 알바트로스는 날개폭이 3m를 넘는다. 하지만 어미 새가 ‘귀한 먹이’인 줄 알고 물어다 준 ‘플라스틱’을 먹은 아기 새는 날개를 채 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아기 새는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
알바트로스가 죽어간 이유를 알고 있는 우리는 인류세의 거대한 소비문화 속에서 친환경 소비, 생태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크리스 조던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볼 수 있게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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