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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예술적 완숙미의 기운생동(氣韻生動) 무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나아갈 방향 내재

노복순 국악평론가

판소리다섯바탕 춘향전 무대.
판소리다섯바탕 춘향전 무대.

판소리다섯바탕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의 정체성, 목적성, 방향성이 내재한 무대로 축제의 대들보 같은 존재이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와 2020년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 운영된 때를 제외하고는 20년 동안 매년 어김없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안방을 차지하며 관객들을 만나왔다.

이렇듯 20년 동안 관객들을 만나오는 동안 원형을 고수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고착화되고 고정화된 짐작 가능한 뻔한 공연내용과 무대 이미지는 보존해야 할 대상이면서 항상 타파의 대상이었다. 이에 공연내용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 공간 구성을 획기적으로 설계하여 환경적 요소의 변화를 꾀하기도 하였다. 프로시니엄무대에 마당 극장식 무대나 대형 갤러리를 연출하며 품격있는 무대, 관객 밀착형 무대, 쌍방향 소통의 무대로 신선함과 새로움으로 중무장하며 생명력을 더하고자 노력해왔다.

판소리다섯바탕 춘향전 무대.
판소리다섯바탕 춘향전 무대.

이번 20주년 판소리다섯바탕 춘향전의 무대도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기획된 무대로 보인다. 그동안 세월의 중후함과 연륜으로 상징화된 판소리다섯바탕의 원초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을 제공함은 물론 예술적 완숙미의 기운생동을 무대 위에 펼쳐 놓았다.

분창, 연창, 합창의 교차 구성은 열정과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쏟아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관객을 좌지우지하는 입담과 노련한 연기는 무대 장악력을 제고하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춘향전이라는 이미 익숙한 스토리 전개는 공연자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의 시선을 따라가며 농익은 소리 놀음에 깊이 취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제공하였다. 이에 관객과 공연자의 완전한 상호작용으로 일체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춘향가의 3명창 무대는 판소리 어법만으로도 공연자와 구성에 따라 대중적 설득이 가능함을 제시하였고, 판소리다섯바탕이 대체 불가한 존재임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관객들이 이들 무대에 환호하는 것은 3명창이 가진 소리 세계의 완숙미에 있다. 다양한 음색을 기본으로 상중하성을 넘나드는 성음의 농담(濃淡)과 천변만화적 너름새를 구현함은 물론, 희비애락을 넘나드는 쫄깃한 긴장감은 귀와 눈을 뗄 수 없게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더불어 섬세하고 구체적인 이면의 표현과 서사의 형상화를 위한 공연 요소들의 융합이 절묘하게 작동하여 관객들은 어느새 알 수 없는 소리길에 빠져들었다.

전통을 지향하는 가장 보수적인 판소리다섯바탕의 무대에 소리축제의 나아갈 방향과 무궁한 콘텐츠가 내재해 있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노복순 국악평론가는...

노복순 국악평론가
노복순 국악평론가

서울대학교 국악과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하였고,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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