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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 - 김성호 ‘생명을 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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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명을 보는 마음’ 표지

2월이면 겨울철새가 줄어드는 시기이다. 북방의 매서운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새들이 하나둘씩 떠날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얼마 전 만경강에 간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새들의 수가 겨울철에 비해 많이 줄어 있었다. 눈물 나는 이별의 시간이 온 것이다. 

만경강처럼 넉넉한 강은 흰뺨검둥오리를 비롯해서 민물가마우지, 흰비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백할미새, 기러기와 괭이갈매기까지 품는다. 운 좋은 날은 귀한 노랑부리저어새나 황새까지 볼 수 있다. 내가 만경강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쇠부엉이를 보기 위해서이다. 이맘때면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쇠부엉이는 만경강 억새 위를 날아다닌다. 

아쉽게도 바람이 심한 날에는 쇠부엉이를 볼 수 없다. 그렇게 하루를 거른 날이면 쇠부엉이는 너른 들판을 날아다니며 허기진 배를 한껏 채운다. 말똥가리나 독수리처럼 하늘을 높이 나는 새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분명한 매력이 쇠부엉이에게는 있다. 마치 춤을 추듯이 들판을 가로지르다 강가를 넘나들고 다시 먹이를 찾는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을 헤엄치는 듯 하기도 하고 구석구석 순찰이라도 나선 듯 하다.  

나는 쇠부엉이가 지나간 허공을 한참 동안 보았다. 그렇게 또 기약 없이 쇠부엉이를 기다리면서 문득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를 쓴 김성호 작가가 떠올랐다. 50일간 딱따구리를 기록하고 보고 기록한 이 책에는 저자의 새에 대한 애정이 켜켜이 숨겨져 있다. 새를 관찰하기 위해 휴직까지 감행한 그 열정에 더해 긴긴 시간 새를 만나기 위해 산에서 살다시피 한 그 마음이 책에 온전히 묻어나온다. 거기에 “자연에 깃든 생명을 만나며 쉼 없이 글과 사진을 남겼지만 처음 책이 나오기까지는 18년이 걸렸다.”라는 우직함도 믿음직하다. 

그 이후에 나온 <생명을 보는 마음>은 작가의 푸근했던 어린 시절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런 추억을 간직한 이를 질투 나게 할 만한 글이 사방에 넘실거린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함평 나비축제와 화천 산천어축제에 이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떤 이에게는 내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강점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열린 시야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제 곧 세상을 환하게 비출 복수초와 산자고, 동고비와 큰오색딱따구리가 눈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온다. 이 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자연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를 우연히라도 만나고 싶다.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에 연재하고 있다.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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