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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같은 아이들, 굶지 않도록 도울 수 있어 기뻐요"

전주 송천1동 에코시티내 PC방 운영하는 박솔 씨
매달 100만 원 상당 쿠폰 후원…"미뤄둔 숙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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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 씨. 사진=본인 제공

최근 전주 송천1동 에코시티에 PC방을 차린 박솔 씨(36)는 영업장에서 사용할 물품을 받으러 찾아간 주민센터에서 뜻밖에도 미뤄둔 숙제를 해결했다.

그 숙제는 밥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돕는 일이었다. 동 주민센터를 통해 정기후원을 약속했고, 매달 100만 원 상당의 PC방 음식이용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또래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추억을 키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청소년들이 식사, 휴식, 문화를 즐기면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 PC방을 연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죠."

박 씨가 이 같은 뜻을 전하자 주민센터 담당 직원은 한부모·취약계층·저소득 가정 등 대상 가구에 연락해 희망자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했다.

박씨는 또 '결식아동'이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 낙인처럼 여겨질까 하는 걱정에 고객사은용 쿠폰을 직접 만들어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그가 매월 100만 원 상당의 식사쿠폰을 제공하게 된 배경이다.

박 씨는 "PC방을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종종 쿠폰을 들고 찾아주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마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조카는 박씨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다. 종종 청소년 또래의 상황에 대해 질문하곤 한다고. 어느 날은 조카에게 "요즘 학교에서 밥을 굶는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고, 삼촌의 물음에 조카는 "주위에 그런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답을 했다.

"이 시대에도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에 속이 무척 씁쓸했습니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가정 환경이 어려워서 기본적인 식생활 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일이요. 또래들간에 경제적인 격차도 있다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숙제를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용요금 할인 행사도 한다. 방과 후 오후 10시까지 아이들은 자유롭게 PC방을 찾아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PC방에서 판매하는 메뉴 중 금액에 상관없이 한 가지를 고르면 PC 1시간 이용권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간단한 간식부터 든든한 식사까지 메뉴도 무척 다양하다.

박 씨는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인사하고 가는 아이들을 보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모든 생활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희망 만큼은 누구에게나 넉넉했으면 한다는 박 씨. 전주에서 나고 자라 대학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평생 삶의 터전으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도 깊다. 

박솔 씨는 "지금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줬으면 한다"며 "깨끗하고 편안한 PC방으로 계속 운영해, 후원을 더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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