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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항아리에서 배운 비움의 미학

도예가 이병로 개인전, 8일까지 도립미술관 서울관

▲ 이병로씨의 달 항아리 작품.

아뿔싸. 개인전을 앞두고 달 항아리를 깨뜨렸다. 하필이면 잘 빚어졌다고 흡족해했던, 가로 60cm나 되는 큰 달 항아리였다. 평소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자 손수 미역국을 끓여줄 만큼 마음 씀씀이가 넉넉했던 그도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다. 항아리가 머릿속에 어른거려 뒤척이기를 며칠 째, 아내가 "이제 마음 비우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 3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을 연 도예가 이병로(45·도화지 도예문화원 대표)씨는 "달 항아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비움의 미학을 몸으로 익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달 항아리는 좀 수상쩍다. 달덩어리 같이 둥글고 큰 며느리처럼 수더분하던 그 달 항아리가 아니다. 그는 차갑고 미끈한 항아리가 아닌, 알처럼 기다란 달 항아리를 빚었다.

 

"지난번 개인전에서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둥글게 말아 올렸더니 아무래도 제 것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알이 새로운 것의 탄생을 뜻하잖아요. 달 항아리가 커다란 발((鉢) 두 개를 만들어 붙인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를 이어가는 의미도 전달할 수 있었구요."

 

이 길은 아니다 싶어 한국화부터 조소, 서양화까지 이곳저곳을 다 기웃대본 그에게 그걸 느낄 만한 세월이 흘렀을 때 달 항아리가 가슴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달 항아리가 보여주는 형태의 멋은 단순히 깎아서 외부의 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기운에 의해 안으로부터 배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넉넉하고 담백한 멋은 도예가의 땀과 노력에 의해 불로 완성되면서 다양한 백색의 묘미가 드러났다.

 

 

500년이라는 시간 속에 태어난 달 항아리를 교과서 삼아 겸손하게 작업하는 작가는 묵묵히 물레를 돌리며 옛 것을 오늘에 되살린 새로운 달 항아리를 고민한다. 전시장에 가면 뽀얀 달 항아리가 의젓하게 솟아난 전시장이 정월 대보름처럼 두둥실 떠오를 듯. 원광대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홍익대 대학원 디자인 공예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도예가 이병로 개인전 = 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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