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담근 장류들이 맛의 비법 / 한국인 사랑 한식당 100선 선정
"식(食)은 명(命)을 바꾸는 거예요. 그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겠죠. 저는 음식이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전주의 대표적 음식인 한정식의 대를 이어가고 있는 백번집 주환 대표(69).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 1가 44-7번지에 있는 백번집은 주인장의 기억으로 따져봐도 간판을 내건 지 50년이 훌쩍 넘었다.
대표 주환씨의 기억으로는 54년이 넘지만, 시에서도 자료를 찾을 수 없어서 추정만 하고 있다.
백번집의 시초는 흙 골재 사업을 하던 어머니 故 김종화 씨가 인부의 음식을 차려주던 일에서부터다.
음식 솜씨가 소문나면서 故 김종화 씨는 기존 골재 사업을 외삼촌들에 넘기고, '칠봉옥'이란 이름으로 식당 문을 열었다.
4년 넘게 칠봉옥을 운영하다가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의 이름인 '백번집'이 탄생했다.
가게에 자주 찾던 향교 어르신들이 지어준 백번집은 '백제땅의 주막'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칠봉옥 시절엔 막걸리와 약주를 개발해서 술상도 봤었다는 주 대표. 이후 5번이 넘게 자리를 옮기며 지금의 한정식이 완성됐다.
현재 가게의 자리는 1997년 11월에 이사와 15년 째다.
당시 직장생활을 하던 장남 주환 씨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았다.
4인을 기준으로 한 상 가격이 10만원부터 25만원 정도.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한 달 평균 1500명의 손님이 다녀간다.
주 대표는 "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 외상으로 밥을 먹던 손님들이 봉급날을 기다리며 장부에 일일이 사인하던 때가 있었다"며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음식재료가 떨어져도, 사람들이 붐벼도, 끝끝내 기다리다 돌아서도, 백번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가장 애틋하다.
백번집의 맛의 비법은 음식 기본 베이스인 된장,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그는 데 있다.
여전히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음식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으로 향한다.
홍어탕, 홍어찜, 육회, 된장찌개가 인기 메뉴. '시골 밥상을 차려주는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치켜세우는 손님들이 많단다.
전통을 이어가는 가게가 모두 그러하듯이 가게 운영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는 그. 그는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주 대표는 "추운 지방에 사는 에스키모인들의 식사법이 다르고, 남쪽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식사법이 다르듯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음식도 다르다"며 "제철에 나는 음식재료를 성심껏 거두어 손님께 대접하는 한정식은 음식의 종합예술이면서 동시에 약상이다"고 말했다.
외지인 방문이 늘어나면서 전주 한정식에서도 퓨전(fusion·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든 것)이 시도되고 있지만, 신토불이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어머니가 생전에 '이익 남기려고 값싼 음식재료를 쓰면 얼마 안 가서 망한다','진실로 살라'는 말은 이제 신념이 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식재단과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사업으로 진행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도 뽑혔다.
국내 다수의 방송은 물론 일본 NHK에 소개될 정도다. 여수 엑스포가 열리는 기간에는 백번집을 찾는 손님들로 가게가 마비됐었다고. 도에서 지정하는 향토 전통음식업소 지정도 그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1년 전부터는 아들 주범준(34) 씨가 주 대표의 뒤를 잇고 있다.
주 대표는 "전통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시대가 변하지 않는 맛, 향토 음식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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