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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군산예술의 전당, 이동근 작가 '자연에 물들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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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작가 작품/사진=이승우 작가 제공

그림을 그리는데 뛰어난 테크니션인 이동근 작가의 그림은 아무래도 대중적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 작가가 고향 군산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너무나도 황홀한 사물의 묘사력에 모든 사람이 사진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겠다 싶은 정도이다.

그래서 전시장에 선 나도 극사실주의인가 초현실인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오늘만은 깊게 감상 했다.

그림들은 워낙 표현력이 좋아 화면의 곳곳에 모두 초점을 맞추는 하이퍼 경향도 보였고, 상충된 두 개 이상의 사물을 한 곳에 몰아넣는 초현실 경향도 보였다.

제욱시스가 포도를 들고 있는 소년을 그렸다. 지나가는 새들이 소년이 들고 있는 포도가 너무도 실물 같아서 포도를 쪼아댔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새들이 포도가 너무나 실물을 닮았기에 포도를 쪼아댔는데 그 포도를 들고 있는 소년도 실물과 닮았더라면 새들은 소년이 무서워서 감히 그 소년의 손아귀에 있는 포도를 쫄 수 있었을까?

그림 속의 포도를 새가 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포도를 소년처럼 그리거나 소년을 포도처럼 그리면 된다.

여기에서 포도를 소년처럼 그리는 것은 '무엇을' 그리려는 것이고, 소년을 포도처럼 그리는 것은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라는 방법론보다 '무엇을'이 현대성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서양미술사에서는 1841년을 기점으로 인물화의 기준이 바뀐다.

즉 카메라의 발명으로 사진기와 '어떻게'를 경쟁하는 것을 멈추고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치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고전이 되었을 이론으로 작가를 헷갈리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그릴 것이냐는 방법론도 깊어지면 참다운 현대예술이지 않을까? 그러다가 어느 날 본인이 각(覺)을 했을 때 그림이 바뀌지 않을까?

어떤 방법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는 아무도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제조하고 조작해 낸 바스키아의 그림만이 현대적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십번 수백 번의 각(覺)을 하면서 인생의 행로를 결정해 간다. 그러는 중 본인의 생각에 따라 방법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타인들이 혹 인문학적인 내용이 조금 결여됐다라고 애써 흠을 잡더라도. 그의 그림에도 분명 철학이 있다.

작은 붓으로 터치를 잘게 썰어가는 각고의 과정에서 그는 선(禪)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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