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영화관 등 갖춘 복합문화공간…도서관 노숙자에 개방 / 독특한 외관, 관광객 눈길…어린이 갤러리 중심 아틀리에 특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소수 엘리트를 위한 박물관 문화에 도전한 걸작이다. 퐁피두센터의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노숙자들의 터전으로까지 이용된다. 공동 제작자 리처드 로저스(영국)와 렌조 피아노(이탈리아)는 나이와 종교, 이념, 빈부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퐁피두센터를 통해 반영시켰다.
지난달 20일 오후 5시에 찾은 퐁피두센터. 센터의 창설에 힘쓴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1977년 개관된 퐁피두센터는 실내를 가로 지르는 철골·배관 등을 그대로 드러나도록 지어 가장 현대적인 파리의 맨 얼굴 같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좌파 대통령의 귀족 취향과 우파 대통령의 서민 취향이 엇갈리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하지만, 건축물 하나에도 다양한 접근법을 수용할 줄 아는 프랑스 국민성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센터 앞 넓은 광장엔 매일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음악을 듣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 전 세계 현대미술의 산실에서 미래지향적 복합문화공간으로
지하 1층, 지상 6층 센터 내 기둥이나 벽이 전혀 없어 탁 트인 공간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에게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관이 가장 먼저 다가오지만, 파리지앵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퐁피두센터는 본래 프랑스 정부의 엄격한 박물관국 규정 때문에 국립근대미술관의 미술품을 효율적으로 소장·관리하기 위해 건립됐으나, 이제는 건축·디자인·음악·연극을 위한 문화전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층에 들어서면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을 입체적으로 본 뜬 설치물이 걸려 있다. 건물은 1층 아트샵, 2~3층 음악·음향탐구조정연구소와 공공정보도서관, 4~5층 국립현대미술관, 7층 현대미술 전람회장으로 구성 돼 있다. 피카소·마티스·샤갈 등 4만 여 점이 전시 돼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특별전'마티스, 짝과 연작'이 연장 전시되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날 특별전과 연계한 퍼포먼스는 볼 수 없었으나, 센터측은 대개 작품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티스 작품 앞에서 주제와 부합하는 춤을 추는 무용수 등을 만나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요일별 각기 다른 문화예술교육
퐁피두센터는 다방면에 걸친 선도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제안해왔다. 어린이들이 낯선 예술에 관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도록 하는 어린이 아틀리에, 인문계·실업계 고등학생들을 겨냥한 창작 아틀리에, 가족들이 함께하는 주말 아틀리에 등이 요일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퐁피두센터가 1977년부터 특화시켜온 어린이 아틀리에(6~12세)는 미술, 환경, 기술, 음악 등 영역에서 특별히 계획된 프로그램과 활동을 접목시켜 현대미술을 접하도록 매개하는 프로그램.
센터 내 큐레이터들은 각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참가를 요청하는 등 고독한 싸움을 벌인 끝에 교육적 효과와 의미를 꼼꼼히 따져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있다.
일례로 집중력이 짧은 아동(2~5세)들을 위한 개설됐던 '윙크'(clin d'oeil)의 경우 대개 한 가지 주제로 형태·리듬·색상 등을 익히도록 말하기·몸짓·노래 등을 통해 공감각적인 이해를 하도록 도움을 준다.
패트리스 차조테스 퐁피두센터 교육총괄담당자는 "연간 50회 정도의 전시가 진행되는데, 다른 미술관은 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창의적이지만 관람객의 호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밀고 나간다"고 했다.
△ 미술관 내 교육부서 설치
우리나라에서도 창의성과 감수성을 높이는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교육 프로그램이 어린이를 제외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어렵다.
이유는 국내의 경우 미술관 혹은 박물관 교육 담당자와 미술전문가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되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반면,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경우 미술관 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교육담당부서가 주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퐁피두센터의 경우 교육담당자는 학교와 연계해 미술뿐만 아니라 역사·사회·문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통합 학습이 이뤄지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특히 국내에선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실기 위주 프로그램이 교육으로 채워진다면, 퐁피두센터에선 주로 소장품 감상을 통한 교육이 간단히 이뤄져 진행시간이 짧고 실기 작업이 병행되는 것도 대조적. 퐁피두센터에선 학년·연령별로 프로그램이 세분화 돼 학교 교육과 구체적으로 연계되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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