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고 꿰매는 작업 통해 시각적 표현의 한계 극복 / "흐르는 물처럼 변화해야" "좋은 사진 찍을 수 있어"
사진가 박성민(41)은 파격적이면서 실험적인 사진작업을 한다. 사진을 꿰매고 오려붙이는가 하면 꽃을 자르고 핀셋을 꽂는다. 참치캔과 귤, 사과 등을 썩힌 뒤 그 과정을 찍기도 한다. 'Is this art?(이것도 예술인가)'라고 물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시각적 실험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이는 공대를 다니다 사진이 좋아 홀연히 프랑스로 떠난 그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전북대 재학시절 한 친구가 멋지게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찍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하지만 그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찍어도 너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처럼 뜬금없이 사진이 좋아졌던 그는 '공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2003년 프랑스 유학길에 나섰다. 초창기 그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생각에 암실작업 등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테크닉적인 사진만으로는 예술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진적 실험'을 시작했다.
"사진이 완전한 예술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시각화된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진의 단점이자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장점이기도 하죠."
그는 지난 2007년 '보다'라는 뜻과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진 갤러리 '봄'을 열었다. 아날로그 암실과 조명 등 장비가 갖춰진 99㎡ 정도의 전시장에서도 그의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이미지에 새겨지는 미세한 빛을 잡아내기 위해 손수 제작한 도구들에서 그간 사진적 실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극히 시각적인 감각기관에만 의존하는 사진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표현에 한계가 있는 것을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만약 사진이 인간의 다른 감각기관을 자극시킬 수 있고 시각과 함께 표현될 수 있다면 이런 한계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먼저 지난 2007년 '움직임 그리고 보다(Part1 시각)'전을 통해 동적인 사진 제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물의 동작을 포착한 이미지들을 자르고 이어 붙여 만든 사진은 리듬감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물의 동작을 재구성하게 만들었다.
이후 미각 후각 촉각 등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가 이토록 사진적 실험에 집착하는 이유는 스스로 식상해지기 싫어서다.
"아름다운 사진도 의미가 있지만, 화려한 사진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요.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집니다. 예술 그리고 좋은 사진이란 흐르는 물처럼 항상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은 관객이 개인적인 기억으로 보는 것이기 이전에 사진가가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과 기억으로 만들어 낸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각의 기억, 후각의 기억, 청각의 기억, 미각의 기억, 촉각의 기억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실험을 이어간다.
오는 25일 전주 루이엘모자박물관에서 전시를 앞둔 그가 선보이는 새로운 실험이 기대되는 이유다.
프랑스 파리에서 3차례 개인전을 갖는 등 11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사진 전문 전시공간 '갤러리 봄'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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