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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④플로리스트 전재경씨

생소한 분야…기반 없기에 선구자 되기로 결심…직접 고객 집 방문, 인테리어에 맞는 식물 추천

전주 중화산동에 자리한 꽃가게 '숲'의 내부 전경. (desk@jjan.kr)

꽃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기쁘고 좋은 날에는 항상 꽃을 선물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슬프거나 때론 나쁜 일에 따라오기도 한다.

 

따지고 보니 꽃은 내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삶을 이야기 할 때 참 많은 부분을함께 한다.

 

짧은 생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유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희망을 안겨주는 꽃.

 

눈부신 햇살에 꽃과 함께 눈을 뜨고 꽃과 함께 잠드는 즐거운 인생, 그 주인공의 하루를 들여다 봤다.

 

아침 9시,전재경씨(37)는 일터로 나선다.

 

전주 중화산동의 어느 길모퉁이에 자리한 꽃가게 '숲'. 심플하고 모던한 외관이 눈에 띈다.

 

문을 밀치고 들어서니 은은한 꽃향기와 짙은 녹음의 관엽식물이 가득하다. 눈길을 붙잡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디스플레이에서 전씨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플로리스트(florist·flower와 artist의 합성어)나 플로럴디자이너(floral designer)는 말 그대로 꽃이라는 자연 소재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꾸미는 일을 하죠. 디자인의 확대된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쉬울 거에요."

 

아담한 체구지만 짧은 단발머리와 당당한 태도, 차분한 말투는 자신감이 넘쳤다. 뛰어난 감각은 역시 순수미술을 전공한 데서 비롯된 듯 했다.

 

이제 6년차 플로리스트인 전씨.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저 생소한 분야에 대한 낯선이의 관심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영화배우 손예진이 출연한 '여름 향기'에서 그녀의 직업이 플로리스트이며 꽃을 다루는 직업이라는게 그가 아는 전부일 정도. 하지만 그 관심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전주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이제 갓 알려진 분야였죠. 아무런 기반이 없었기에 노력한다면 제가 원하는 위치까지 더 빨리 이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선구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이젠 일할 수록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껴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한때, 꽃의 종류나 분위기 보다 풍성하고 화려한 포장으로 시선을 끌거나 승진 축하용으로 커다란 리본을 붙여 화환을 보내는 게 꽃집에 오는 유일한 이유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꽃, 그 중에서도 디자인된 꽃은 시대를 반영하고 트렌드에 맞춰 가장 빨리 바뀌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일반인들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아지면서 꽃이나 식물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선물용이 아닌 가족의 건강과 집 안 분위기를 위해 들여놓는 인테리어의 일부가 된 것이다.

 

"손님이 원하는 꽃만 드리는 게 아니라 주문을 받고 집을 방문해요. 인테리어를 분석하고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식물이나 꽃을 추천하는 거죠. 잘 디자인 된 꽃이나 식물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완전 달라지거든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만큼 꿈도 컸다. 현재 꽃가게를 기업형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연'을 소재로 보다 높은 퀄리티의 '상품화 된 자연'을 제공한다는 것. 아직 국내에선 기업화 된 플로리스트들의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 그래서 그는 최초의 도전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아직 전주에서 플로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낮은 편이에요. 하지만 서울이나 대도시의 경우 경쟁도 치열하고 대우 자체가 다르죠. 실력있는 플로리스트는 서로 모셔가기 바쁘고 연봉도, 작품 가격도 천지차이거든요."

 

스스로 인정해야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만큼 화기(화분 등 자재류) 하나도 까다롭고 엄격하게 고른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로 올라가 화훼 시장, 관엽시장, 화기 시장에 간다. 남들보다 빨리 가야 좋고 예쁜 꽃을 선택할 수 있고, 더 많이 돌아봐야 독특하고 좋은 화기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욕심에 이틀씩 서울에 머물며 장을 보고 올 때도 있다고.

 

이런 남다른 애정과 욕심은 그를 지금의 위치에 오게 한 발판이 됐다. 5명의 직원과 2000여명의 고객 리스트만으로도 제법 '성공'을 운운할 법 하지만 전씨는 달랐다.

 

"처음 학교를 마치고 제가 연 가게는 고작 15㎡(4.5평)정도였어요. 작업실 정도로 시작한 거죠. 열심히도 했고 운도 좋았어요. 가장 좋은 건 손님들이 '예뻐요''아름다워요'라며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잖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거, 그게 행복이죠."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꽃을 사가던 남자 손님이 어느날 부케를 만들어달라며 결혼을 알리기도 하고, 좋은 식물을 키우며 건강이 좋아졌다는 손님도 있다. 그런 소소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그래서 마음까지 부자가 된 플로리스트 전재경씨.

 

그가 디자인 할 꽃보다 더 즐겁고 아름다울 인생 그리고 힘차게 내딛을 내일의 발걸음에 작은 응원을 보태본다.

 

백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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