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같은 40대의 삶, 즐겁게 일하는게 비결"
"누군가를 도우면서 제가 즐겁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하면 늘 에너지가 넘치죠."
유경애씨(47·전주시 금암동)는 완주군보건소 영양사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진행하는 영양플러스사업을 맡고 있다.
일만큼 자신의 삶도 알차게 꾸려가는 유씨. 전국 1호 여성 타악 연주단이라는 '완주 드림 한울타리' 단원이기도 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장구를 배우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유난히 많은 농촌 특성상 관련 행사도 잦은 편이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가까이 지내기 위한 고민도 클 수밖에. 그렇게 뭔가 봉사하고 싶어 시작한 게 바로 '설장구(설장고)'. 타악에는 문외한이었던 그가 이젠 다문화 가족뿐만 아니라 경로당이나 아동센터 등 각종 축하 공연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타악 박사'를 수료하신 전주시립국악원의 장재환 고수에게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햇수로는 2년 째인데 뜻이 맞는 저희 보건소 건강증진계 여직원 8명이서 프로젝트를 꾸린 거죠. 사실, 수준급 공연이나 대단한 연주를 선보이는건 아니에요. 다만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영양교육이나 운동에 앞서 잠깐 흥미를 유도하는 시간을 갖는 정도죠."
완주보건소의 영양플러스사업은 대체로 형편이 어렵고 몸이 불편한 저소득 가정을 지원한다. 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다보니 마주하는 그들의 안타깝고 힘든 사연을 외면할 수 없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자 장구 공연을 시작했다.
"어느 날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상담차 방문했어요. 그때 방 안에서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아버지가 오롯이 손에만 의지한 채 힘겹게 이동하는 모습을 봤어요.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날 일거에요 아마. 그후로 봉사하고 나눌 수 있다는 자체에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1986년 우석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 하자마자 당시 고산의 삼성연수원에서 영양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결혼 후 잠시 일을 접었던 그는 이후 8년간 식품 사업과 음식점 경영도 했다. 웃는 얼굴과 타고난 친절함으로 사람들을 대하는데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잘나가던 사장님은 그러나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지난 2007년 완주군보건소에서 다시 영양사로 일할 결심을 하게 된다. 이때 그는 이미 42세.
"20대 초·중반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선생님들과 함께 일한다고 하니'그 나이에 무슨 영양사냐'며 말리는 사람도 많았죠. 하지만 저는 즐겁게 일하고 진짜 좋아해서 하는 거니까 그만큼 만족감도 크더라고요."
이렇게 적극적인 유씨가 이끄는 완주군의 영양플러스사업은 4년째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만족도 전국 1위는 물론,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비롯해 전국 모범사례로 꼽히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과 낙랑한 목소리 때문일까? 나이가 무색할 만큼 소녀스럽고 밝은 유씨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2·30대 청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는 유씨는 최근 약선 요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약선영양학''약용식물관리학'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건강식이요법'과 '전통장만들기 프로그램'도 수료해 주민들 교육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고 싶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유씨의 별명은 '소사(관청이나 회사·학교 따위에서 잔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고용한 사람)'. 온갖 궂은 일 힘든 일을 도 맡아 하는 그에게 지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예쁜 별명은 아니지만 배운 걸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에 '소사'처럼 사는 것마저 행복하다고 했다.
"어차피 할 일 기분 좋게 하고 남들이 피하는 일도 내가 나서면 모두 인상쓸 일도 업이 즐겁잖아요. 고되다 힘들다는 생각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야죠."
불혹을 훌쩍 넘기고 지천명을 향하는 오늘도 그는 여전히 의욕적이다.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유씨의 열정과 행복 바이러스가 완주군민 모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 유경애씨가 하는 완주보건소의 '영양플러스사업'이란?
영양플러스사업은 생리적 요인과 환경여건 등으로 인한 상대적으로 영양상태가 취약한 대상에게 그들의 불량한 영양섭취상태의 개선을 통한 건강 증진을 위해 영양교육을 실시하고, 영양불량문제의 해소를 돕기 위한 특정식품들을 일정 기간동안 지원한다.
완주군 내에 거주하는 만 6세(72개월) 미만의 영유아·임신부·출산부·수유부를 대상으로 하며 가구 규모별 최저생계비 120%미만(저소득층) 의 소득 수준에 해당되어야 한다. 빈혈, 저체중, 성장부진, 영양섭취상태 불량 등 한 가지 이상의 영양 위험 요인 보유한 자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 유경애씨가 배운다는 '설장고'가 뭘까?
'설'이란 '으뜸'이라는 뜻을 지닌 말로, 경남농악에서는 수장고(首長鼓)라고도 부른다. 경남농악의 설장고는 농악북에 채상모를 쓰고, 오른손에는 열채를, 왼손에는 궁글채를 들고 어깨에 맨 장구를 친다.
대개 덩덕궁이 ·다드래기(호두락가락) ·구정놀이 ·굿거리 등 여러 가락을 변주시켜 놀이를 짜는데, 혼자 치는 홑장고와 둘이 치는 쌍장고가 있다. 이 설장고는 호남농악에서 크게 발달하고 있다.
※도움말·참고 : 완주군보건소 홈페이지(http://health.wanju.go.kr/)·백과사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