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②미스 송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첫 월급은 45만 원이었다. 1년 늦게 들어온 후임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50만 원을 받았다. '깜놀'(깜짝 놀라다)했지만, 사회 생리라 여겼다.'윗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혼자 자취하는 아가씨, 진한 메이크업…. 편견은 아팠다. 자연스레 업무까지 방해가 됐고, 화장실에서 수없이 울었다.보란 듯이 11년을 근무했다. 후배들을 가르치고, 경력이 쌓일수록 그의 '몸값'은 올랐다. 회사를 퇴사하면서 '윗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힘들게 버틴 시간은 그를 더 낙천적이게 만들었다.송미경 씨(34)는 세무사 사무실 근무 경력만 14년차인 베테랑이다.'계산기 두드리기'의 달인인 그도 수시로 바뀌는 세법과 세금신고 기간마다 두어 달씩 이어지는 야근은 여전히 스트레스다.그가 10년 가까이 교회와 사무실, 사우나, 스킨케어숍 등 '좁은 세상'에서만 맴돈 까닭이다. 그가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안 것은 2007년 여행·사진 모임 '사진을 찍는 새초롬한 그녀들'(일명 '찍새')을 작당(作黨)하고부터다.혼자 갈 수도 없고, 가족과 가기도 애매한 여행을 가기 위해 친구이거나 '한 다리 건너 안' 싱글 여성 5명이 세운 궁여지책이었다."처음 떠난 여행지가 충남 간월도였어요. 서로 머리도 묶어 주고, '예쁘다'고 해 주고, 아픈 얘기도 듣고, 울기도 하고…. 그냥 그렇게 살기엔 세상은 아름답고 놀라운 일들이 많았어요."카메라를 몰라 주로 모델만 섰던 그는 친구들이 개인 누리집에 올린 사진과 글을 보며 '난 할 말이 더 많은데….'라는 생각만 품다 기어이 카메라 2대(pentax mesuper·캐논 EOS350D)를 장만했다.이제는 집에서 기르는 다육식물(多肉植物)이며, 일상에서 발견한 풍경 등을 찍어 자신의 누리집에 photo by ssong's(송미경이 찍은 사진)이라 당당히 붙여 올린다.그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고, '내가 찍힌 사진'을 보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진은 '보이는 나'가 아닌 '안 보이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통로"라고 말했다.현재 '찍새'는 송 씨와 그의 '애인 같은 친구' 이영진 씨(34), '언니 같은 동생' 이지예 씨(31) 등 '인물도 성격도 좋은 정예 멤버' 3명이 남았다. 송 씨는 "멤버 중 하나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죽어갈 때 전날 술자리를 만들어 '어디든 떠나자'고 결정한다"며 '찍새'의 여행 규칙을 귀띔했다."즐거운 인생이요? 타인의 시선 따윈 아랑곳없이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거요. 비오는 날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그 맛을 못 느끼면 그냥 커피인 거고, '비가 오니까 커피가 더 맛있네' 하고 느끼면 인생이 더 즐겁지 않을까요?"'좋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게 꿈이라는 그는 "회사에서는 '참 좋은 팀장이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는 팀장이고 싶다"며 방실방실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