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은 불필요한 소리나 움직임을 못하게 하려함이다. 우리가 흔히 ‘혀에 재갈을 물린다’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자제하고 꼭 필요한 말만 하라’는 의미이다. 즉, 말조심하라는 것이다.
말조심을 강조한 옛시조 한수를 적어본다. “말하기 좋다하여/남의 말을 마를 것이/남의 말 내하면/남도 내 말하거늘/말로서 말 많으니/말 마를까 하노라”
말 따위를 통제하기 위하여 입에 물리는 재갈은 영어로 curb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재갈의 생김새가 바로 쇳조각을 구부려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어원적으로 보면 재갈이라는 단어는 굽은 것이라는 curve와 어느정도 관련은 있다고 볼 수 있다.
말이 함부로 뛰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재갈이란 단어는 통제하고 구속하는 의미로 발전하여 금지라는 의미까지 가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영어단어 curb는 통제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장치를 의미하는 단계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차도와 인도는 길의 높이가 약간 다르다. 인도에는 턱이 있어서 차도보다 조금 높다. 이렇게 높여놓은 이유는 차가 보행자가 다니는 길로 뛰어들지 못하도록 금지 내지는 통제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길턱도 영어로 curb라고 한다. 이 길턱에 때로는 노란색 빨간색으로 색칠을 해 둔 부분이 있다. 노란색 색칠을 한 길턱을 yellow curb라고 하며 여기에는 주차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red curb는 주차는 커녕 정차를 해서도 안 되는 부분을 뜻한다. 대체로 소방호수가 나와 있는 부분에는 빨간 길턱이 그리고 교차로 부근이나 주차금지구역에는 노란 길턱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on-the-curb vendor를 직역하면 길턱에서 장사하는 사람인데 우리말로 말하면 노점상이다. 재갈이란 단어가 이렇듯 변화무쌍하게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 KBS 취재진 억류사건에서 들려오는 재갈이란 단어는 국민적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편의와 안전을 위한 엄격한 통제는 이해되지만 그 과정과 태도 그리고 재갈이란 단어의 선택은 우리들을 마치 동물처럼 깔아뭉개고 무시하는 듯하여 심히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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