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어 뛴다고 꼴뚜기도 뛴다. 천지 분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속담이다. 정확히는 망둥이가 맞는 말이다. 망둥이도 생선이라고 고기 어(魚)로 불러주는 것은 전라도 방언이다. 쉽게 기억을 해주는 것을 보면 제법 생선 대우를 해 주는 것 같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민물고기만큼도 쳐주지 않는다.
망둥이의 족보를 따져 보면 서식지는 서해안 뻘 근처다. 번식력이 엄청난 대신 생명력은 길지 못하다. 겨우 일년 살고 죽기 때문인지 명태만 하게도 성장할 수가 없어서 먼바다까지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뻘 밭 근처의 구정물 속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만다. 성장한 몸통 길이라고 해봐야 30센티 정도에 굵기도 3센티 정도로 아주 볼 품 없는 놈이다. 머리통만 크다. 몸뚱이의 두 배나 되기 때문에 떼고 나면 껍질 몇 조각에 겨우 엄지손가락만큼이나 될까? 적은 살점 한 덩이가 겨우 남는다. 등뼈를 추리고 나면 먹을 것도 없는 것이 맛까지 없어서 변두리 식당의 허드레 상에서도 대우를 받지 못한다.
더 웃기는 것은 하등동물이라는 것이다. 암수가 따로 구분이 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 번식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왜 겨우 일년 살이 인가? 추위가 몰려오면 어디로 살아지는 것인지?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쓰는 교수도 없고 살뜰하게 키워 보려는 수산업자도 없다. 몸보신은커녕 등치도 없어서 아무짝에도 쓸 곳이 없어서 일 것이다. 거기다가 아무 특색도 없다. 뱀처럼 징그럽지는 않지만 뱀장어처럼 힘이 좋은 것도 아니다. 천지 분별도 없이 죽을둥 살둥 뛰는 것도 왜 뛰는지 이유조차 모른다. 어리석기는 눈먼 망둥어다.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낚시만 던지면 물고늘어진다. 미끼가 무언지도 모르고 제 살을 찢어서 끼워도 입이 찢어지게 물고 늘어진다.
오래 전에 들판에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이었다. 바닷가에 사는 친구가 망둥어를 잡으러 나가자고 했다. 따라 나서면서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고기를 잡으러 가는 친구가 맨손에 달랑 함석 양동이 하나를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낚시도구를 현장에 놓고 다니나 보다 했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신발을 벗고 바지를 둘둘 말더니 그냥 뻘 밭으로 철벅거리고 걸어갔다. 내용을 모르는 나는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마침 썰물이어서 빠지는 물을 따라 걷는 형국이었다.
더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친구의 다음 행동이었다. 물이 빠지다만 웅덩이 앞에 선 친구가 갑자기 양동이를 내려놓았다. 무얼 하려는 것일까? 두 팔로 웅덩이 속을 더듬기 시작했다. 의문을 품기도 전에 양손에 망둥어 두 마리를 들고일어났다.
기가 막혔다. 어릴 때 마을저수지에 물이 빠지면 가래로 붕어를 가두어 잡는 것은 보았어도 맨손으로 더듬어 잡아 올리는 물고기는 처음이다. 나도 해 보고 싶어 졌다. 손을 넣어 더듬었다. 걸리는 것이 망둥어다. 금새 양동이가 가득 채워졌다. 정신 없이 잡아내다 보니 허리가 부러질 듯 아팠다.
“몇 마리 먹고 하자.”
뛰는 놈을 통째로 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우겨 넣었다.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꼬리가 살아서 양 볼을 때린다. 뻘 밭에서 잡았어도 산 생선이라고 제법 고소하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금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벼이삭이 익을 때가되었다. 올해도 만경강 새챙(新倉)이 다리 위에는 망둥이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지난해처럼 망둥어 낚시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는 많지만 소주병에 고추장 단지가 보이지를 않는다. 오염된 망둥어를 먹기가 불안해서일 것이다.
제가 잘났다고 망둥어처럼 뛰고 또 뛰는 별 볼일 없는 인간들이야 날마다 더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뛰어야 할 망둥이는 환경오염에 밀려 씨가 말라져 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라대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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