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열린마당] 벚꽃축제와 무궁화 - 정성수

정성수(시인·송북초등학교 교사)

봄기운이 4월의 문턱을 넘어서기가 무섭게 제주도와 남해안으로부터 벚꽃이 일시에 피어난다. 중순쯤이면 벚꽃은 전국 방방곡곡을 꽃구름으로 뒤덮는다. 때를 맞춰 제주도 벚꽃 큰 잔치를 필두로 남해의 왕벚축제, 진해의 벚꽃 군항제, 경주의 벚꽃축제와 화개장터의 벚꽃축제, 서울 여의도와 운중로 벚꽃축제 등등이 전국에서 판을 친다.

 

우리 고장 전라북도에도 전주 · 군산을 잇는 번영로 100리길, 완주 송광사 진입로 2.2Km구간, 금산사 진입로, 진안 마이산 입구, 정읍의 고수부지와 우회도로, 전주 동물원 등 벚꽃 천국이 된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이 땅에서 일본인들이 떠난 해에는 벚나무를 몽땅 잘라낸 일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꽃은 벚꽃이요, 사람은 무사”라는 일본 속담도 싫었거니와 벚꽃은 일제히 피었다가 질 때에도 순간적으로 져버리는 성질 때문에 일본 군국주의와 결부시켜 호전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또한 왕벚이건 산벚이건 일본의 정서와 혼이 몽땅 벚꽃에 깃들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였다. 한 때는 한?일 배상 문제, 독도 문제, 역사 왜곡 문제, 위안부 문제 등으로 배일 감정이 극에 달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60년대 후반부터 배일 감정이 슬슬 녹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식자들은 우리 국민성을 냄비근성에 비유하면서 자조하기도 하였다. 정신없이 닳아 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우리 국민성은 결국 벚꽃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벚꽃에 대하여 관대해진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벚나무는 고대에 한국의 불교가 일본에 포교될 때 함께 건너 간 것이라는 설이나 일본 식물학자 ‘코이즈미 켄이치’가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의 제주도라고 주장한 것과 일본 사쿠라회 회원인‘타카키 키요코’교수의 저서‘사쿠라’의 제주도 원산지 벚꽃 설의 영향에 의한 것이기도 하였다. 이런 주장들이 나온 후 부터 몇몇 사람들이 벚꽃은 우리의 것이라고 열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벚꽃은 일본의 국화라는 것은 삼척동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 일본 국화 아래서 지금 우리 국민들은 가무를 즐기고 축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사하게 핀 벚꽃 아래서 봄의 정취를 즐기는데 누가 의의를 달겠는가마는 이제 우리의 국화인 무궁화 꽃에도 눈을 돌리고 관심을 갖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한 때는 학교에서도 애국가 4절까지 부르기와 무궁화 그리기를 실시하면서 나라 사랑의 애국정신을 고취시키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작지만 아담한 무궁화동산을 만들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국화인 무궁화에 관심을 갖게 하고 무궁화 사랑과 함께 민족성을 일깨워 주기도 하였다.

 

오랜 시간들을 꽃 피우는 질긴 생명력과 끈기의 상징인 우리의 국화 무궁화는 시골집이나 텃밭의 울타리가 되어 주기도 하였으나 요즘은 무궁화 울타리와 무궁화동산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심지어는 무궁화 꽃을 본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학생들이 상당수가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궁화가 왜 우리 민족과 이 나라를 상징하는지 조차 모르는 요즘 세대들 앞에서 남의 혼인 벚꽃이 우리의 것이라고 우겨대면서 벚꽃 축제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것은 국화인 무궁화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무궁화를 주제로 한 축제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정말 무궁화 축제는 안 되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성수(시인·송북초등학교 교사)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새만금 신항만, 국내 8대 크루즈 기항지로

전북현대[CHAMP10N DAY] 전북현대 ‘우승 나침반’ 거스 포옛·박진섭이 말하다

전주‘전주 실외 인라인롤러경기장’ 시설 개선…60억 투입

영화·연극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출품 공모 시작

김제김제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파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