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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전북은 전남을 따라하지 않는다 - 이상휘

이상휘(지역발전연구소장, 전북대교수)

흔히들 선거에 있어서 전북은 전남을 따라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전북인은 독자적 판단에 근거하여 합리적 투표를 한다.

 

그러면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그것은 김대중씨가 이끈 평민당 이후 전남과 전북이 유사한 투표행태를 보이기 시작하면서이다.

 

그러나 김대중 전대통령이 이끌었던 평민당이나 국민회의 혹은 새천년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보면 전남과 전북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제 14대 총선에서 전남과 광주는 민주당 후보 전원을 당선시켰지만 전북은 민자당 후보를 2명이나 뽑아 주었다. 15대 때에도 전남과 광주는 국민회의 후보를 전원 당선시켰지만 전북에서는 신한국당 후보를 1명 당선시켰다. 물론 크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에 몰표를 준 것이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각인된 인식과는 달리 전북이 독자적인 투표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여실이 증명되었다.

 

전남의 민주당 바람이 전북에 북상해 전북도 민주당이 승리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선거기간동안 주위에서 많이 보았다. 그러나 전북에는 민주당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았다. 그런 데에도 왜 사람들은 전북이 전남을 따라 한다고 말할까?

 

그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현과 더불어 전남과 전북이 투표에서 거의 동일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전북이 전남을 따라한다고 할까? 그것은 전남이 전북보다는 도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호남이나 전라도라고 하는 한 묶음으로 보는 선입견에다 전남이 전북 보다는 도세가 크기 때문에 같은 행태가 나오면 작은 힘은 큰힘을 따라하는 것으로 보려는 통념이 그리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출신지가 전남이기 때문에 전북은 어쩐지 주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북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김대중씨는 전남인과 마찬가지로 전북인에게도 동향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쌓인 설움과 하대를 벗게 해줄 희망으로 김대중씨에게 기대를 걸었었다. 김대중씨는 전남만의 영웅이 아니고 전북인에게도 똑같이 영웅이면서 희망이었다.

 

따라서 전북인이 전남인과 유사한 투표행태를 보였던 것은 전남을 따라 해서가 아니라 사모하는 대상이 같았기 때문이다. 즉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놓고 ‘전북은 외로운 섬이 되었다’는 말이 있는가하면 선거기간이 1주일만 더 연장되었다면 도지사와 전주시장의 자리가 민주당 후보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들도 있다. 가상의 일이라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흔히들 간과하고 있는 것이 전북인은 전국적 흐름을 지켜보면서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투표한다는 사실이다. 전북에서 선거 초반 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당이 약진한 것은 전남과 광주로부터 민주당 바람이 불어서가 아니라 전국적 바람이 전북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열린 우리당은 전국 어디에서나 푸대접을 받았다. 이번 지방선거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의 중간 평가의 장이 되면서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북인들 동요가 없었겠는가? 전북에서 민주당이 선거 막판에 기세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열린 우리당에 대한 전국적 응징의 바람이 불어 닥친 탓으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북인은 투표시 전국적 흐름을 감안하면서 인물을 중시해 투표한다.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이 득세할 때에도 유진산과 이철승이 이끈 신민당을 지지해 주었다. 17대 총선에서도 전북 정치인이 주도한 열린 우리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북인은 독자적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투표를 해왔다.

 

/이상휘(지역발전연구소장, 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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